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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박 Nov 19. 2024

가끔은 질문도 독이 된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자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떤 대학원생이 조교를 하는데, 학생들이 공부도 안 해오고 질문만 한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공부를 하면 이렇게 질문할 수 없다면서, 공부한 티가 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필자도 그 당시 그 사람의 의견에 공감을 많이 했었다. 대학원생의 시간도 소중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요새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찾아보지 않고 질문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다니면 답이 있는데도 말이다.


질문은 물론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질문한다면 그건 학생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대학 교육에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꽤 중요한데, 공부도 안 하고 타인에게 질문하면 학생 본인이 생각을 깊이 해볼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관련 개념을 익히고, 답을 찾으면서 일종의 쾌감도 느끼게 되는데, 이 경험이 없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해답지를 보고 수학 공부를 하면 안되는 이유와 일치한다.


요새는 AI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AI는 우리가 원하는 답을 즉시 제공하지만, 그만큼 생각하는 과정은 줄어들 것이다. 비유하자면 결과를 인스턴트식품을 먹듯이 소비하게 된다고 할까. 기성세대는 그래도 이미 어느 정도 능력을 키워둔 상태라서 AI를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 세대는 능력을 함양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적어도 공부할 때는 최소한으로 AI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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