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족하는 대학원 생활이 되길
필자는 별 생각없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부모님이 이공계와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다 물어볼 데도 없었지만, 먼 미래에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직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초등학교 때 꿈도 과학자였고, 대학원에 가야 제대로 된 과학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주중에는 밤 늦게까지 연구실을 지켰고,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갔다. 열심히 한 덕분에 정규직 연구자가 되는 꿈은 결국 이뤄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이 있었다. 중간 중간 주변에서 해줬으면 하는 조언도 많았다.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대학원생의 인권도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이제 교수가 된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달갑지는 않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 교수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해야지. 예전에는 이공계 대학 교수들이 책을 쓰고 외부 강연을 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교양서도 많이 쓰고 외부 강연도 많이 한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는 실제로 대학 연구실에 찾아가서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떤 기자는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묶어서 책으로 내기도 했다. 대학원에 대한 정보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정보는 가공되기 쉽고, 통계는 오해하기 쉽다. 개개인이 잘 판단해야 한다.
필자가 20년 가까이 이공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남겨보았다. 이공계 출신 답게 데이터를 잔뜩 넣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전공서와 논문 읽느라고 바쁜 후배들이 머리 식히려고 읽는 책에서까지 데이터를 봐야 하냐는 생각이 들어서 대부분 뺐다. 아무쪼록 후학들에게 대학원 생활과 그 이후의 일들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