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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이직이 쉽지 않다고요?

결국 의지의 문제

by 잔박

학계는 일반 회사에 비해서 이직에 관대하지 않은 편이다. 연구소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대학은 굉장히 싫어하는 것 같다. 교수 한 명이 나가면 그 다음 학기부터 다른 교수들이 떠난 교수의 강의를 담당해야 한다. 금방 다른 교원을 뽑을 수 있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문제는 그러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에 몸 담지 않았던 사람들은 흔히 대학을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과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대학본부와 학과 사이에는 상당한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학과가 뽑고 싶은 사람과 본부가 뽑고 싶은 사람이 다를 수도 있고, 본부가 특정 학과의 교원수를 증원하기 위해서 다른 학과들에 정원(TO)을 주지 않는 경우도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과 입장에서는 결원을 항상 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 한 명 나가면 학과에 타격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신임 교원이 쉽게 떠날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새로 온 사람이 오피스를 얼마나 잘 꾸미는지, 학교 주변에 집을 사는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주말 부부라도 하면 학과 구성원들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직을 하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의 유일한 방법은 떠나지 않을 만한 사람을 뽑는것 정도랄까? 이것도 관심법이라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 번 뽑고 나면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럼 교수들은 왜 이직을 하고 싶어할까? 대부분의 경우 더 연구를 잘할 수 있는 대학으로 옮기는 것 같다. 서울대에서 오라고 했을 때 안 갈 만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소속 대학의 미래가 걱정되어 더 안정적인 학교로 옮기는 경우도 꽤 있는 거 같다. 심지어 연구소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자식 교육문제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교수도 상당히 많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주말부부하다가 가족과 합치기 위해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쉽다. 훌륭한 연구 실적을 갖추고, 연구 과제를 많이 수주하며, 학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준비가 되었다면 연구 분야에 맞는 공고가 나왔을 때 지원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학교 교수님들로부터 이직 권유를 받아 특채로 학교를 옮기기도 한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인생에 한두 번은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직을 하고 싶다면 꾸준히 연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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