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의 시기가 오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2000년도 출생아는 63만 명이었는데, 2010년도생은 47만 명이었고, 2020년도생은 27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급격하게 출생아수가 줄다 보니 대학에도 뒤늦게나마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신입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10년, 20년 뒤에는 상당수의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대학원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받기 때문에 대학생 수가 줄어들면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몇 년 지나면 대학원들도 위기를 맞는다는 이야기다.
대학원은 지금도 상대적으로 연구 중심 대학 입학이 용이한 편이다. 모든 사람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대학원은 자대생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실 모든 대학원이 자대생만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모든 학생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상급 학교로 진학하고 싶어 하므로 유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방 사립대들이 없어지면 지방 국립대, 수도권 사립대들이 대학원 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유출은 그대로인데 유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더더욱 연구 중심대학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탓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지방대 교수님들은 외국인 학생들을 열심히 유치하기도 한다. 필자도 예전에 한 번 전라도의 모 대학에 세미나를 간 적 있는데, 그때 청중이 대부분 외국인이라서 놀랐던 적이 있다. 앞으로 10년, 20년 이후에는 수도권 사립대들도 외국인 대학원 학생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대학들의 국제화 지표가 좋아질 수도 있겠다.
박사 후 연구원들이라면 존폐 위기가 있는 대학에 가기보다는 연구소에 가는 것이 훨씬 낫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이야기처럼, 지금 학생 충원을 하지 못하는 대학들을 보면 대체로 지방 사립대이다. 지방 국립대도 충원율 걱정을 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립대 교수들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최소한 학교가 없어지더라도 다른 학교에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거점국립대, 줄여서 지거국들은 그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이고, 대학원도 어느 정도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수도권 사립대도 학교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면 연구를 못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교수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학생을 잘 받을 수 있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을 받지 못한다면, 외국인 대학원생을 유치하거나, 박사 후 연구원을 받거나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 박사 후 연구원은 생각보다 받기 어려우니 외국인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 수가 줄어들면 오히려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예전처럼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크는 상황이 아니다. 더 소수정예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연구실에 들어가면 잘 배워서 취업 잘된다는 소문이 돌아야 할 것이다. 논문 실적을 채운 다음 이직하는 것도 개개인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면 나이 들어서도 실험을 직접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찾아보면 은퇴 직전까지 실험해서 좋은 성과를 내신 분들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