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를 쓰고 연구비를 수주하자
세상에 연구비가 적게 필요한 연구자는 있지만, 아예 필요하지 않은 연구자는 없다. 연구를 수행하려면 인력(주로 대학원생, 박사 후 연구원)과 연구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연구할 수 있는 사람들도 해외 출장이라도 다녀오고, 외국에서 연사를 초청하려면 연구비가 필요하다.
국내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자가 연구비를 수주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회사나 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공계의 경우에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의 과제를 수주하게 되며, 연구재단은 과제 공고와 심사, 선정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연구자가 지원할 수 있는 과제의 종류들이 나오고, 모집하고 있는 연구 과제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받아볼 수 있다.
https://www.nrf.re.kr/
상시 접수가 아니라 특정한 기간에 몰아서 과제 공고를 내기 때문에 이 기간이 되면 많은 연구자들이 과제 제안서 쓰는 일로 바빠진다. 제안서에는 연구 과제의 목적, 내용, 방법, 예상성과 등을 기술해야 하며, 연구비 사용 계획도 같이 작성해서 제출한다. 작성된 제안서는 소속 기관의 승인을 받은 후 최종 제출된다. 제출된 제안서는 여러 심사위원들에 의해 평가를 받으며, 연구 과제에 따라 서면 심사로 끝나기도 하고, 구두 발표를 하기도 한다. 과제 제안서가 최종 선정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연구비를 지원받으면 이제 알뜰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연구비는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된다. 직접비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재료비, 인건비, 연구활동비 등을 말하며, 간접비는 연구기관, 대학으로 치면 산학협력단에 지급되는 돈이다. 간접비는 기관마다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에 소속 기관에 확인하거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를 확인해야 한다. 간접비고시비율은 헷갈리게 간접비를 직접비로 나눈 비율이며, 직접비와 간접비를 더한 금액이 총연구비가 되도록 맞춰줘야 한다. 학교에 따라서는 간접비 계산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https://snurnd.snu.ac.kr/?q=overhead
인건비는 참여연구원에게 지급하는 연구비로, Man Month라는 단위로 계산된다.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풀타임으로 일하는 시간이 1 Man Month이다. 예를 들어 과제에 2명이 참여하고 각각 6개월씩 풀타임으로 일한다면 총 Man Month는 12가 된다. 교수들의 경우에는 미지급인건비라고 해서 국가연구과제에서 인건비를 받을 수는 없지만, 연구수당은 받을 수 있다. 연구수당은 미지급인건비까지 포함한 총 인건비의 20퍼센트 범위에서 계상하며, 1명의 연구자가 70퍼센트를 초과해서 받을 수는 없다. 연구비를 사용하다가 애매하다면 교내 직원분들에게 물어보거나, “연구재단 사업질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신임 교수라면 개인 연구의 과제책임자가 되고, 집단 연구의 참여연구원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개인 연구의 경우에는 한 명의 연구자가 연구를 책임지고 수행하며, 집단 연구는 한 명의 책임자가 여러 박사급 연구자들과 팀을 이뤄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둘 다 대학원생이나 박사 후 연구원이 참여해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개인 연구와 집단 연구 둘 다 종류가 다양하니 과제의 성격과 연구비 지원 금액 등을 확인하고 어떤 과제에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한 연구자가 무한히 많은 과제에 참여할 수는 없는데, 3 책 5 공이라는 정책 때문이다. 한 연구자가 최대 3개의 과제에서 책임연구자가 되고, 5개의 과제에 참여연구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임 연구자라면 당장은 걱정할 이유가 없지만,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주해 나간다면 고민할 시기가 올 것이다. 어떤 과제는 3 책 5공에 해당되지 않기도 한다.
열심히 과제 지원서를 제출해도 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심사자들이 나름대로 심사평을 적기는 하지만, 솔직하게 적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공정하지 못한 평가도 종종 일어나는 것 같다. 어쩌겠는가, 계속 지원하고 학회에서 자신을 알릴 수밖에. 그리고 연구 제안서도 연구 흐름에 맞춰서 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