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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이란 무엇일까?

학생의 입장과 교수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

by 잔박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모두 나름대로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고등학생 학부모들은 특히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래서 A학교 a학과와 B학교 b학과를 비교해달라는 글이 정말 넘쳐난다. 줄세우기 역시 심한데,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와 같이 앞글자만 따서 대학들의 서열을 나타내기도 한다. 글자가 인접한 학교끼리는 굉장히 순서에 민감한데, 예를

들어 자신의 학교가 앞에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성한 대신 한성서나 성한서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필자는 위와 같이 일차원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반대하며, 대학교 학부 순위 대해서는 더 얘기할 생각이 없다. 대신 이공계 대학원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한국 이공계 대학원에 관심에 있다면, 탑 3이라는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흔히들 탑쓰리라고 읽는 것 같다.) 이른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가 그들이다. 줄여서 서카포, 서포카, PKS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수준에서는 세 대학의 순위보다는, 어떤 지도 교수 밑에 들어 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만큼 세 학교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그다음으로 연세대나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와 같은 학교들이 이공계 대학원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대학원이 좋은지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 학교들이 BK21 사업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다. 학과마다 선정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학과가 BK21를 갖고 있는지 따져 보도록 하자. 전국 단위에서 교육연구단이 있다면, 그 대학원은 충분히 좋은 대학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원의 수가 많다면 평균적으로 봤을 때 더 좋은 학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학교가 재정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학생 입장에서 보면 진학했을 때 원하는 연구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탑 3 대학원들이 교원의 수 역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탑 3 대학원에 갈 수 있다면 당연히 가는 것을 고려해 봐야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BK21 교육연구단 혹은 교육연구팀이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BK21이 있는 두 대학의 수준이 비슷하다면, 지도교수가 마음에 드는 쪽으로 가는 편이 좋아보인다.


지방에도 교육연구단 또는 교육연구팀이 있는데, 이들도 다른 지방 대학들이 비해서 상황이 훨씬 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BK21이 없는 수도권 대학들과 비교한다면,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학교 이름보다는 지도교수의 실적이 훨씬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부를 비교했을 때에 비해 대학원을 비교할 때 지방국립대들에 더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의지에 따라서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교수 입장에서 좋은 대학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전적으로 교수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렸다. 필자도 대학원에 다닐 때는 연구중심대학의 교수님들의 삶이 더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교수가 된 이후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연구를 하고 싶다면 당연히 탑 3를 목표로 해야 하고, BK21이 있는 대학에 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 더 관심이 많다면 어쩌면 지방 국립대가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방 국립대라고 연구를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다. 요새는 지방 국립대에서 탑 3 못지 않은 연구 성과를 내는 분들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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