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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by 잔박

필자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모교에 가서 후배들 앞에서 콜로퀴움 세미나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에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할까? 많이 이른 감이 있지만, 이 고민을 박사 후 연구원 때부터 했었다. 생각할 때마다 하고 싶은 조언이 달라지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박사 후 연구원 때 보이는 것과 교수가 되고 나서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당장 조언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다음 조언들을 할 것 같다.


상황의 힘은 강력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장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필자는 집에서는 거의 하지 못해서 공부를 해야 하면 도서관에 갔었다. 요새도 카페에서 종종 일을 하는데, 확실히 집에서 일할 때보다 집중이 잘된다. 카페는 시끄럽지만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만 있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반면 오피스는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가 직간접적으로 나와 관련이 있어 집중이 흐트러지기 쉽다.


조그만 모험을 꾸준히 하자.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런데,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노인이 보수적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학과를 바꾸거나, 연구 주제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큰 모험이다. 이런 거를 하지 말고, 조그만 모험을 종종 해보자. 기계학습이 인기라고 한다면 해당 강좌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에 20-30분이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마라. 인간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노래를 들으면서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깊이 집중하지 않아도 될 때의 이야기다. 정말 고도의 집중을 요할 때는 그마저도 해서는 안 된다. 시험 볼 때 음악 듣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매 순간순간 최대한 집중하고, 계획을 정교하게 짜서 하루에 여러 일을 하는 편이 낫다.


지치기 전에 쉬자. 대학원 과정은 매우 길다. 6년을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분명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군대에서 행군할 때 지치기 전에 쉬듯이, 여러분들도 정신적으로 지치기 전에 쉬어야 한다.


누구나 실패를 한다. 실험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발표했는데 처참하게 발표를 못할 수도 있으며, 제출한 논문이 하루 만에 거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자 니체가 이야기했듯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왜 성공적이지 않았는지 분석하고 개선하면 언젠가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을 신경 쓰자. 20대 때는 건강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대학원에서는 끈기 있게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듯이 체력이 부족하면 나중에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상관없어진다.


마지막으로, 인생 정말 알 수 없다. 언제 나쁜 일이 터질지 모르듯이, 언제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필자 역시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는 교수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하다 보니 교수가 된 것뿐이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 보니 학창 시절 공부 잘했던 친구들이 반드시 더 성공하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 내가 얕잡아봤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던 저널에 논문을 쓰고, 내가 원하던 자리에 가는 일이 정말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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