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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박 Dec 11. 2023

대학원 진로 상담

Dear Abby 종종 봤었는데…

며칠 전 브런치를 통해 대학생으로부터 진로 상담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아무래도 비슷한 질문을 가진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서 학생에게 허락을 구하고 공개 답변을 해보려고 한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OO대학교 OO학부에서 OO을 전공하고 있는 2학년 학생입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brunchstory에서 교수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여러 고민들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과 조언을 듣고 싶어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대학교 2학년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대학원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고 하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필자의 생각과 조언을 남기겠습니다. 다만, 대학생이라면 이미 성인이니까, 조언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모든 판단은 OO 씨의 판단으로 결정하기 바랍니다.

저는 OO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서 연구원을 진로로 삼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업보다는 국출연이나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연구원을 확실한 진로 목표로 삼고 조금 더 세부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가려 하는 중입니다.

국출연은 국가출연연구소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정부출연연구소, 줄여서 정출연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접했습니다. 필자는 대학에서의 경험만 갖고 있어서 정출연이나 기업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기는 합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대체로 회사보다는 정출연이, 정출연보다는 대학이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다만 대학도 대학마다 상황이 많이 달라서, 국립대가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OO 씨는 정출연 연구원으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긴 했지만, 대학원 기간은 상당히 길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각자 연구소가 있기도 하고, 들어간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들도 만족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연구소들은 정출연이나 대학에 비해 연봉이 상대적으로 세거든요. 요새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많이 약해져서, 생각을 조금 유연하게 해도 될 것 같네요.

1. 대학, 국출연, 기업의 연구 방식의 차이와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굉장히 포괄적인 질문이라서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만,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지도교수가 대학원생들을 모집해서 같이 일하면서 후학을 양성하는 곳이 대학입니다. 박사 후 연구원을 고용하기도 하고, 학부생 연구원을 모집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원생들이지요. 어느 학교에서 일하게 되는지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른바 탑 3(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에서는 대학원 인력 수급 걱정이 없다 보니 조금 더 도전적인 연구를 하게 되지만, 박사 학생 수급이 어려운 학교라면 석사 학생들만 데리고 연구하는 분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 실적 내기에 급급한 경우도 많지요. 정출연은 학위를 끝낸 박사들끼리 일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교육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기업 연구소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일을 한다면 오히려 어지간한 대학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입니다.

2. 왜 이 직업과 분야를 선택하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교수가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자유롭게 연구를 하고 싶어서 교수가 되었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교수라는 직업의 사회적 위치를 원했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수가 되신 분들도 분명히 계십니다. 필자가 선택한 이유도 열거한 이유 가운데 있습니다만, 어느 이유가 다른 이유보다 더 선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연구 분야를 선택했는지 묻는 것은 어떤 연구실을 선택했는지 묻는 것과 거의 같은 것 같네요. 필자는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가장 먼저 하기 싫은 연구 분야들은 다 제외했어요. 그러고 나서 남은 연구실 가운데 필자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연구실을 선택했습니다. 학부생 때 해당 연구실의 연구 분야와 관련된 과목을 A+ 받았었거든요.

3. 이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립니다. 그래서 필자의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의사처럼 불특정 다수를 봐야 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연구직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하기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직업인 것 같았고, 교수라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잘 특정된 집단의 사람들만을 만나도 되는 직업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향적인 사람들만 연구직을 해야 하는 건 아닌데, 요새는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들도 그 나름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습니다.

4.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필자는 미래가 불투명했을 때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 때는 연구가 잘 안 풀렸을 때 힘들었었지요. 연구를 잘하지 못하면 박사를 받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졸업하고 박사 후 연구원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네요. "나는 한국에 언제 들어갈 수 있지?"라는 생각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교수가 되고 나서는 예전만큼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네요.

5. 자대 대학원에서 석사 후, 타대나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 해외에서 박사과정과 연구원 생활을 해보셨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꼭 여쭤보고 싶습니다.

질문을 정정하자면 필자는 해외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했고, 박사과정은 한국에서 했었습니다. 이 문제는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답변이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 획일화해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필자가 주변 교수님들과 대화를 해보면, 점점 더 유학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대학원의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이지요. 필자는 필자가 재직중인 대학의 학생들에게도 최상위 20개 대학 정도에 갈 수 있으면 유학 가고, 아니라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 학위를 받으라고 조언합니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면 해외 박사 후 연구원을 꼭 다녀오라고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라면, 한국에서 학위 하는 동안 한국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해두는 것이 나중에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경우, 본인이 지원 가능한 최고의 연구실을 잘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답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질문을 공개할 수 있게 허락해 주어서 더 고맙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다른 글들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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