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좀 더 돈을 쓰자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1970년에는 100만 명 태어났는데, 1990년에는 65만 명 태어났고, 2010년에는 47만 명, 2020년에는 27만 명이 태어났다. 이렇게 급격하게 신생아 수가 줄어들다 보니, 20년의 시차를 두고 대학에 입학할 학생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2024년 대입 선발 인원은 51만 명가량으로, 이미 고3 숫자보다 많아졌다. 바꿔 말해 대학교마다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면, 일부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대다수의 대학교는 결국 폐교될 것이다. 올해만 해도 진주에 있는 한국국제대가 파산 신청을 했고, 법원에서 파산을 선고했다. 폐교와 동시에 모든 교수와 교직원은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는데, 바꿔 말해 전원 해고된 것이다.
(2023년 7월 10일 자 김상돈의 교수 만평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학습자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설사 대학에서 성인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성인들이 대학을 다시 다니고 싶어 할지 의문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이공계의 경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다시 풀고 싶어 하는 성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인문사회나 일부 유망한 학과들에서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그래서 남는 것은 외국인 유학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받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외국인들도 아주 우수하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한국 학생들에 비해서 영어 실력이나 학습 능력이 뒤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필자는 정부가 좀 더 돈을 썼으면 좋겠다. 교육평론가로 활동하는 이범은 대학 서열은 결국 학생 1인당 교육비에 수렴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서울대는 종합대 가운데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높다. 그다음이 연세대와 고려대이다.
포항공대가 지방에 있지만 TOP3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투자의 힘이다. 그래서 앞으로 학생 수가 줄더라도 국가의 교육비 지출을 줄이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더라도 교육비 지출만 줄이지 않는다면 결국 학생 1인당 지출하는 돈은 줄지 않는 셈이다. 그렇게 해줘야 교수들이 더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다. 일례로 지방 국립대의 경우 한 학기에 9학점 강의가 필수적인데, 이렇게 해서 어떻게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