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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박 Jan 20. 2024

우리는 새로운 태양전지를 쓰게 될까?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라는 기술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데,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가 초창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했고, UNIST 석상일 교수(전 화학연구원)도 수준 높은 업적을 많이 남겼다. 다수의 화학연구원 출신들이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등으로 이직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다른 국가들이 치고 올라와서 한국의 입지가 압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어 보인다.


초창기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Si) 탠덤(tandem) 태양전지로 연구의 관심사가 옮겨간 것처럼 보인다. 탠덤 태양전지라는 아이디어는 III-V 반도체(예를 들어 갈륨비소, GaAs)에서는 깊이 있게 연구된 주제로, 밴드갭(band gap)이 다른 물질을 여럿 사용하여 다른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는 것이다. 다만 III-V 탠덤 태양전지는 만드는 게 상당히 어렵고 비싸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기는 어려웠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자들은 이미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에 가격이 저렴한 페로브스카이트를 올려 탠덤 태양전지를 만든다면 저렴하게 탠덤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가 상업화되려면 해결해야 하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실리콘보다 수명이 더 짧다는 것이다. 수명이 짧은 것과 수명이 긴 것을 붙여놓으면, 소자의 수명은 수명이 짧은 것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대면적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도 다른 기술적인 문제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이 이미 충분히 높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도 문제다. 기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술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쓰이는 것은 아닌데, 대표적으로 VHS와 베타맥스가 있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가 엄청나게 큰 이점이 없다면, 어쩌면 그냥 실리콘 태양전지를 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의 지지자들은 실리콘 태양전지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으므로 탠덤 태양전지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도 이 의견에 조심스레 동의한다.) 지금 당장은 대면적으로 만들기 어렵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또한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이 저하되면 교체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정치적인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태양전지는 중국 회사들이 꽉 잡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중국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고효율 태양전지의 개발이 필요하기도 하다. 덧붙여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납을 포함하고 있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 같다. 또한 태양전지를 주택가에서 멀리 설치한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1] 김경은, 「한국 태양광, 게임체인저 ‘탠덤’ 기술 상용화 앞당긴다」, 이데일리 2024년 1월 17일. https://v.daum.net/v/20240117050502965

[2] Mark Peplow, 「A new kind of solar cell is coming: is it the future of green energy?」 Nature 623, 902-905 (202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3714-y​​

[3] 한애란,  「한국이 최고라던 차세대 태양전지, 사우디·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딥다이브]」, 동아일보 2024년 1월 20일. https://v.daum.net/v/20240120100012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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