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들은 특정한 배열을 선호한다
실리콘 원자를 더해가는 과정은 과일상점 가판대에 동그란 과일을 쌓아두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과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쌓을 수 있지만, 선호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과나 오렌지와 같은 원형 과일을 삼각형이 반복되도록 배열하자. 바꿔 말해, 각 층에서 인접한 세 과일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고, 이는 당구공을 배열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과일을 다음 층에 올릴 때는 과일들이 없어서 움푹 들어간 곳에 과일들을 놓는다. 물론 두 번째 층에 올린 과일들 역시 첫 번째 층처럼 삼각형으로 배열되어 있을 것이다. 그저 조금 옆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움푹 들어간 곳에 과일들을 놓으면 과일들을 빈 공간을 최대한 줄여서 쌓을 수 있다.
두 번째 층을 쌓는 과정을 조금만 더 찬찬히 살펴보면, 움푹한 곳에 쌓는 방법이 2가지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층의 원자들의 위치를 A라고 하고, 가능한 두 가지 움푹 파인 위치를 B와 C라고 하자. 만약 B 위치에 두 번째 과일을 놔두었다면, 세 번째 층을 쌓을 때는 어디에 쌓아야 할까? A나 C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을 텐데, ABC 순서를 반복한 구조를 면심입방구조(face centered cubic), 줄여서 FCC라고 부른다. 반면 AB 순서로 반복한 구조를 육각밀집구조(hexagonal close packed), 줄여서 HCP라고 부른다. 두 방식을 섞어서 쌓을 수도 있다. 그래서 ABCACBABC와 같은 순서로도 쌓을 수 있다.
FCC와 HCP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그 둘은 차이가 있다. 일례로 과일가게 상점의 경우에는 대체로 FCC 방식으로 과일을 쌓는다고 알려져있다.
원자들의 경우에는 조금 상황이 복잡한데, 알루미늄이나 금, 은은 FCC를 선호하지만, 마그네슘이나 코발트는 HCP를 선호한다. 실리콘은 FCC 구조를 선호하는 물질이며, 원자 2개가 A, B, C와 같은 층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구조를 다이아몬드 구조라고 하는데, 다이아몬드 역시 같은 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