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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들은 무늬를 만든다

원자들은 특정한 배열을 선호한다

by 잔박

실리콘 원자를 더해가는 과정은 과일상점 가판대에 동그란 과일을 쌓아두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과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쌓을 수 있지만, 선호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과나 오렌지와 같은 원형 과일을 삼각형이 반복되도록 배열하자. 바꿔 말해, 각 층에서 인접한 세 과일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고, 이는 당구공을 배열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과일을 다음 층에 올릴 때는 과일들이 없어서 움푹 들어간 곳에 과일들을 놓는다. 물론 두 번째 층에 올린 과일들 역시 첫 번째 층처럼 삼각형으로 배열되어 있을 것이다. 그저 조금 옆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움푹 들어간 곳에 과일들을 놓으면 과일들을 빈 공간을 최대한 줄여서 쌓을 수 있다.

FCCHCP.png 과일 쌓는 방법으로써 면심입방구조와 육각밀집구조.

두 번째 층을 쌓는 과정을 조금만 더 찬찬히 살펴보면, 움푹한 곳에 쌓는 방법이 2가지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층의 원자들의 위치를 A라고 하고, 가능한 두 가지 움푹 파인 위치를 B와 C라고 하자. 만약 B 위치에 두 번째 과일을 놔두었다면, 세 번째 층을 쌓을 때는 어디에 쌓아야 할까? A나 C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을 텐데, ABC 순서를 반복한 구조를 면심입방구조(face centered cubic), 줄여서 FCC라고 부른다. 반면 AB 순서로 반복한 구조를 육각밀집구조(hexagonal close packed), 줄여서 HCP라고 부른다. 두 방식을 섞어서 쌓을 수도 있다. 그래서 ABCACBABC와 같은 순서로도 쌓을 수 있다.


FCC와 HCP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그 둘은 차이가 있다. 일례로 과일가게 상점의 경우에는 대체로 FCC 방식으로 과일을 쌓는다고 알려져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82%AC%EA%B3%BC-%EC%8C%93%EB%8A%94-%EB%B0%A9%EB%B2%95-%EC%97%B0%EA%B5%AC%ED%95%98%EB%8A%94-%EB%AC%BC%EB%A6%AC%ED%95%99%EC%9E%90/

원자들의 경우에는 조금 상황이 복잡한데, 알루미늄이나 금, 은은 FCC를 선호하지만, 마그네슘이나 코발트는 HCP를 선호한다. 실리콘은 FCC 구조를 선호하는 물질이며, 원자 2개가 A, B, C와 같은 층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구조를 다이아몬드 구조라고 하는데, 다이아몬드 역시 같은 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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