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다고 말하는 건 진짜 울고 싶은 게 아니다

by 존치즈버거


매일 아침 오래된 노트북 앞에 앉는다. 나에게 지시 내리는 건 오로지 나다. 오늘은 이런 걸 쓰자, 어제 쓴 쓰레기는 망설임 없이 버리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도 일단은 쓰자 그리고 버리자. 계약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그저 나의 의지만이 나를 추동한다. 이 얼마나 무용한 열정인가? 브런치를 하기는 하지만 내가 쓴 글을 이곳에 다 올리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대부분 내 글은 나 이외에 보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말이다. 물론 매해 찾아오는 여러 공모전에 제출은 한다. 하지만 과연 꼼꼼하게 읽힌 것인가? 읽혔더래도 폐기되었겠지. 성과가 말해주니까. 생각해보면 매일 정해진 시간 글을 쓰는 행위는 묵묵한 끈기를 요하면서도 엄청나게 무용한 열정인 것이다! 오늘 제대로 써내지 못해 잠을 설치는 날도 많다. 심지어 나에겐 데드라인이 없다는 것이 더 소름 끼친다. 그러니까 오로지 나에 의해 돌아가는 이 시스템에서는 내가 왕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권한이 하나도 없는가! 오로지 쓰고 쓰고 쓰고. 글을 쓴다는 건 노력 대비 연비가 너무나도 떨어지는 행위다. 투자 대비 이익도 벼룩의 간의 세포 정도 될라나? 이마저도 쓰기 시작하고 아주 오래 후의 일.


스스로를 닦달하면서 미리부터 조급해지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대고 거의 먹어 치우는 수준으로. 하루가 이렇게 돌아가니 사람이 소진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오로지 홀로 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체력이 달리는 게 아니라 계속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 게 겁난다. 24시간 내면의 공장을 돌려대는데 왜 이렇게 가진 게 없냐고, 그럴 바엔 때려치우는 편이 낫지 않냐고, 정말 다정한 태도로 진심을 다해 충고할까 봐. 미안, 나는 쓰는 행위를 포기할 수가 없네. 날아간 내 청춘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도 입 닥치고 부지런히 써야겠다. 될 때까지 하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안 되면 될 대로 되라지. 이거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 어느새 내 인생이 되어버렸다. 입조심해야지. (대충 우는 이모지 10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