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굿즈샵은 전시의 마지막 코스다.
그 여운을 담아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나는 지금까지 2,000장이 넘는 엽서와 수십 권의 전시 도록을 사 모았다.
그 결과, 내 집 한편은 작은 미술관 창고처럼 변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청약에 당첨되었다.
계약을 마치고 나서 나는 ‘소비 없는 예술생활’에 돌입했다.
그동안은 습관처럼 구매하던 것들을
이제는 눈으로만 감상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손에 쥐려던 도록을 몇 번이고 내려놓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전시장에서 느꼈던 황홀한 감정은
도록이나 굿즈를 통해 집으로 옮겨오고 싶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정작 집에 돌아와 책장에 꽂아둔 도록은
한두 번 넘겨보다가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유와 사유 사이에서 살아오던 예술 생활은
이제 비소유와 사유로 전환되었다.
그 전환의 과정은 쉽지 않다.
작은 금단 현상이 찾아오고,
눈은 여전히 사고 싶은 것들에 끌린다.
예술을 사랑하는 일,
그 자체는 언제나 황홀하지만
그걸 ‘갖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일’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도 요즘은 꾹 참고 있다.
사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예술은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