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전시를 마친 후, 기존에 다니던 화실에서 진행하는 전시반에 들어갔다.
전시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기획하고, 준비하고, 설치하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흐름이었다. 그 흐름을 온전히 경험하는 데는 5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시기가 회사에서 서비스 런칭을 앞두고 내가 백엔드 개발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던 때였다. 게다가 또 다른 연애까지 시작되면서, 몸과 마음이 온전히 분리될 만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지친 마음은 가끔 그렇게 묻곤 했다.
전시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었다. 내가 예술에 빠지게 된 순간부터, 그 이후의 삶을 한 편의 미술관처럼 담아낸 유화였다. 그걸 완성하기 위해 주말마다 화실로 ‘출근 아닌 출근’을 했다.
이전까지의 전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전시를 위한 전시라기보다는,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인사동의 갤러리 하나를 통째로 빌려, 10명의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단순히 그림을 걸어두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프닝 파티와 전시 해설까지 직접 해야 했다.
처음으로 ‘전시다운 전시’를 준비하며, 나는 작품 구도와 색감, 기획 의도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 이상의 과정이 필요했다. 회사에서 서비스 개발을 책임지던 것처럼,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도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몇 달을 온 힘을 쏟아붓고, 회사의 서비스 런칭이 끝난 지 2주 만에 전시가 시작되었다.
첫 전시 때는 주변에 많이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어 감사했고, 뿌듯했다. 이번 전시는 더 규모가 컸고,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초대 메시지를 보내고, 홍보도 열심히 했다. 덕분에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그림을 보러 왔고, 기사도 몇 개 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그곳에서 나는 작품을 설명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작품은 사람처럼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인생과 생각을 담고 있다.
그림을 보면 새로운 시선이 보이고, 그 그림을 그린 작가와 대화하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서로 다른 세계가 그림을 통해 만나고, 새로운 영감을 만들어냈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 기쁨보다는 후련함이 몰려왔다.
"해냈다." 그 말이 절로 나왔다!!
회사의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생애 처음으로 단독으로 맡은 백엔드 개발이었고, 온전히 내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프로젝트였다.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중요한 건 ‘해봤는가’였다.
해보지 않은 것에 ‘못 하겠다’고 말하지 않게 된 나.
인사동 전시와 서비스 개발을 지나오며, 나는 힘들어도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걸 잘하려면, 힘든 건 당연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