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룬 후, 나는 비전을 잃었다.
정처 없이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날들이 이어졌고,
함께 입사했던 동기는 결국 스스로 포기했다.
나는 홀로 남았다.
그런 나를, 단 한 사람만이 포기하지 않았다.
상사였다.
그는 나에게 끊임없이 일을 할당했고,
맹수처럼 홀로 부딪치며 성장하길 바랐다.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건 MZ 세대답지 않다.
사실 나도 편하게 다니고 싶었고,
여러 상황적 이유로 이직 타이밍을 흘려보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난의 업무 속에서 뒹굴며
내 펀더멘탈은 조금씩 단단해졌다.
회사의 방향이 바뀌고, 내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고,
나는 또 다른 날개를 달게 되었다.
맡겨진 일은 그동안 내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빼어난 재능은 없지만,
책임감과 꾸준함으로 우왕좌왕 자충우돌하며
조금씩, 그래도 분명히 해결해 나갔다.
단언컨대, 지금의 나는
내가 이룬 결과가 아니라,
그가 내게 준 ‘기회’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팀장이 되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그의 인내와 믿음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아직도 팀장으로서 나는 많이 서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누군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도 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직 없이 성장하기.
정말 어려웠고,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 길을 나는,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