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바르트가 쓴 롤랑바르트

by 색감여행자
XL.jpeg


“애도 일기”로 처음 접한 롤랑 바르트, 그의 애도일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2년간 적었던 메모 모음을 책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롤랑 바르트의 자전적 에세이가 재출간되면서 그와 함께 서평 요청이 들어왔고 궁금한 마음으로 신청하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만약에 바르트의 글을 애도일기가 아니라 다른 글로 먼저 접했더라면 신청하지 않았을듯하다.


롤랑 바르트는 평론가이자 기호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기록이자 동시에 언어 실험에 가까운 텍스트다.


자서전처럼 연대기를 따라가거나 사실을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을 구성하는 단어, 문장, 단상들을 파편적으로 흩뿌리며 "나"라는 존재를 하나의 텍스트로 재구성한다.


읽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명쾌한 설명이나 친절한 서술 대신, 난해하고 때로는 단절된 언어의 흐름이 이어진다. 그러나 바로 그 난해함 속에서 바르트 특유의 매혹이 드러난다. 빠른 자극과 도파민 중심적인 소비적 컨텐츠가 만연한 현세와는 달리, 이 책은 독자에게 사색을 강요한다. 거기에 역자의 주석이 이렇게나 계속적으로 나오는 책은 또 처음이였다.


읽을수록 텍스트는 단순히 자기를 표현하는 언어가 아니라, 언어 자체가 주는 쾌락과 예술적 깊이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나라는 자신을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낸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바르트는 자기 삶을 기록하는 대신, 자신을 언어로 창조하고 재해석한다. 그래서 이 책은 쉽게 다가오는 에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 텍스트와 독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의미, 그리고 언어의 쾌락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글이 참 섹시한데 어렵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단순한 자전적 글쓰기를 넘어선다. 자기 자신을 문학적으로 사유하는 방식, 언어로 존재를 창조하는 실험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난해하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고도 민감성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