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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더 멀리

by 색감여행자

무언가를 이루어낼 때, 한 번에 완성되는 일은 거의 없다.

빠른 결과를 바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시간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처음 개발자로 일할 때도 그랬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현업에서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코드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술도 마찬가지였다.
파리에서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가 쌓아온 색감과 빛의 연구가 한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내가 유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붓질 하나에도 시간이 필요했고,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컬렉팅도 그랬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하나둘 모이다 보니 어느새 내 취향과 가치관이 반영된 컬렉션이 되어 있었다.
한 점 한 점,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예술을 사랑하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기록도 마찬가지다.


브런치북을 만들고, 서평을 쓰고, 전시 후기를 남기면서,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나의 감각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축적된 시간들은 내가 누구인지 더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몸에 좋은 약이 쓰듯이,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내와 꾸준함이 필수적이다.
쉽게 얻어진 것은 쉽게 사라진다.

반대로, 오랜 시간 다져온 것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완벽하게 갈 수 없는 순간들도,
어쩌면 긴 호흡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긴 호흡으로 가자. 급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은 반드시 쌓이고, 그 축적이 결국 답을 만들어 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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