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딱히 좋아하진 않았다.
귀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와는 접점이 없는 세계.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보면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진다지만,
나는 거리에서 마주쳐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나이에 결혼한 누나가 쌍둥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20대의 나이에, 나는 외삼촌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 작은 생명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첫 시간을 보냈다.
손가락 하나로도 감싸질 만큼 작고, 신기할 정도로 연약했다.
그렇게 작고 귀여운 존재가 내 가족이라는 것이, 나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가슴을 찌릿하게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어머니 손에서 1년 동안 자란 큰 조카와
방학 때마다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고,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카가 내게 기대고, 나를 찾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볼 때
그 작은 존재가 너무도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이 여전히 나를 어린아이처럼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까?
시간이 지나도 어린 시절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기에,
그 시절의 나를 여전히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조카들을 보며 처음으로
"내가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어떤 어른으로 남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무언가를 경험해보지 않고
그저 아니라고 치부하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작은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