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 카페 가입 하루 만에 탈퇴한 썰

6. 사람의 숫자만큼 서로 다른 욕망

by 조니워커


그와 헤어진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문득 외로움이 찾아왔다.


생각해보니 이사를 한 건 3개월 전이지만, 실제로 이혼 사유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는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아무런 썸도 만남도 없이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고, 이혼 절차를 밟고, 집안일하고, 헬스장을 가고, 가끔은 산책을 하고.

기계처럼 정확한 루틴으로 늘 똑같은 일상만 살아오고 있는 중이다.

법적 이혼을 하기 전까지는 어쨌든 유부녀니까 당연히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혼을 하고 혼자 살게 된 이후엔 회사가 너무 바빠졌다. 매일 9시 넘어서 퇴근하는데 남자는 무슨.


주변에 나처럼 이혼을 한 친구가 있으면 이럴 때 어떻게 사람을 만나는지 참고 삼아 물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그 흔하다는 돌싱이 왜 하필 내 주변에는 없는 걸까.



이 외로움의 근원에 대해 먼저 생각해봤다.

이건 육체에서 오는 걸까, 정신에서 오는 걸까.

둘 다 혼재되어 있긴 하겠지만, 이때의 나에겐 정신적 외로움이 컸다.

결혼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과 가치관이 맞는 평생 친구를 갖게 된다는 건데, 평생 친구가 내 곁에 없어서 오는 외로움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럼 이를 달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큰 고민 없이 가장 쉽고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건 돌싱 카페였다.


네이버 카페 앱을 켜서 돌싱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역시나 회원수 수만 명 이상의 카페가 제법 많다.

그중 한 카페에 들어가 봤는데, 그럭저럭 최신 글이 많고 댓글도 많이 달리는 활성화된 카페로 보인다.

용기를 내서 회원가입을 했다. (왜 회원가입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게는 이 또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거였기 때문일까.)

승인은 금방 됐고, 게시글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의 게시판과 글들이 많이 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게시판부터 이혼 관련 Q&A 게시판, 번개 게시판까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자기소개 게시판이다.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30문 30답으로 양식이 정해져 있었는데, 정말 상세한 질문들이라서 그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좋아 보였다.


몇 개의 글들을 클릭하며 느낀 건,

‘와.. 이런 것까지 오픈한다고?’

싶은 개인정보가 매우 많다는 거였다.


본명과 휴대폰 번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적은 분들이 많았고, 심지어 사진을 올리는 자신감 넘치는 분들도 많았다. 숨길 게 없는 솔직한 분들이겠지만, 생판 남인 나조차도 괜히 걱정이 되었다.

여성 회원 중 사진을 올리는 분들은 보정 사진임을 감안하더라도 외모에 꽤 자신이 있는 분들이었다.

(원래 기본 카메라로 찍은 얼굴은 내 얼굴이 아니다. 어플 카메라로 찍은 얼굴이 내 얼굴이다. 사진찍을 때 양심따위는 고이 접어 넣어두자.)

그런 분의 글에는 많게는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여성 회원 글에도 기본적으로 30개 이상의 댓글이 있다. 남성 회원의 게시글에는 댓글이 10개도 안 달리는 걸 생각하면 이 카페의 목적성이 꽤나 분명히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놀라웠던 건, 난 단지 카페에 가입해서 눈팅만 한 시간 정도 했을 뿐인데 그 사이 쪽지를 20개 넘게 받았다는 거다. 모두 남성 회원들로부터 였다.

당연히 읽어볼 가치가 없는 스팸이나 다름없는 욕망이 가득한 쪽지들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는 없겠구나.


아마 나도 그들처럼 30문 30답을 올리고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사진이라도 한 장 첨부하면 남성 회원의 댓글과 쪽지를 폭탄처럼 받을 수 있을 거다.

잠시나마 인기에 도취돼서

‘역시, 내가 시도를 안 했을 뿐 인기가 없는 게 아니었어.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라며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후에 찾아올 허무함과 부끄러움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거다.



돌싱 카페 안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그들 나름의 목적과 즐거움이 있기에 꾸준히 그 카페를 방문하는 거다. 그게 이성 만남이든, 친구를 사귀는 것이든, 시간 때우기이든, 단순히 육체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든.

이 안에서 나의 어떤 결핍을 해결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지만, 아니, 이 안에는 내가 원하는 게 없다.


카페에 가입하면서도 그걸 여기서 발견하진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95%의 호기심과 5%의 작은 기대를 가지고 가입했던 돌싱 카페를 두 시간 만에 탈퇴했다. 탈퇴 역시 빠르고 간편했다.


쉽게 쉽게 인생의 친구를 찾으려 했는데, 역시 얄팍한 시도는 할 게 아니다.


지금의 나라면 이정도 사진은 용기내서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진을 보고도 “미인이시네요”라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총 30화로 계획 중입니다. (1부 15화, 2부 15화)


*1부는 브런치북으로 발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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