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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Feb 14. 2023

준비 없이 팀장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승진을 알게 된 자의 심리상태


“축하드립니다! 팀장님!”


자율출퇴근하는 회사라서 5시에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회사 메신저를 통해 여러 개의 메시지가 오길래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축하한다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응? 뭐라고요?”


그러고 보니 5시 2분쯤 그룹웨어에 공지가 하나 올라왔다는 알람이 왔었는데 아직 열어보지 않았었다. 급히 그룹웨어를 켜고 공지를 읽어보니, 2023년 정기 인사발령이 올라와있다.


내용을 봤더니, 어라.. 내가 신생팀의 팀장으로 발령이 나있는 게 아닌가.

순간 다른 사람 내용인데 잘못 읽었나 싶어서 이름 옆의 행을 눈으로 좇으며 다시 정확히 읽었는데, 역시나 맞다. 내가 팀장이 된 거다. 아무 예고도 없이.



그렇다. 난 내 팀장 발령 사실을 발령문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보통 이런 발령을 내리기 전에 면담이라도 진행하지 않나? 이렇게?  갑자기?


상황은 이해가 간다. 원래 우리 부서의 팀장이던 분이 갑자기 회사를 떠나게 되셔서 자리가 공석이 되었는데, 그러던 중 전체적인 조직개편 논의가 되고 있다는 말은 들었었다. 그 와중에 우리 팀이 쪼개질 수 있다는 말도 건너 건너 들었고.

워낙 사이가 좋던 팀인데 흩어질 수 있다는 얘길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 그래도 조직 개편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니 팀원들과 서로 미리 작별인사를 하며 최악의 부서 배치만은 아니길 빌고 있었는데.


예상과 달리 내가 팀장을 달게 되고, 기존의 팀원 2명이 그대로 나의 팀원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팀은 결국 그대로 살아남게 된 거다.



발령문을 본 팀원들도 메신저를 보내온다.


“팀장님!!!!! 만세!!!! 난 영원히 팀장님 새끼야!!”

“팀장님!! 너무 좋아요!!”


격하게 이 사실을 반기는 팀원들을 보니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어안이 벙벙한 동시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팀장이라니. 내가 드디어 팀장 크리에 올라가다니.


그동안 맡은 최대의 직책은 파트장이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파트장은 그냥 팀 내 업무 분류에 따라 비공식적으로만 주는 직책이라 딱히 혜택도 없고, 결재권도 없고, 무엇보다도 평가권한이 없다. 난 회사에서 인사 평가 시 평가권이 있는 사람만이 매니저 직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야 비로소 나는 매니저 자리에 올라서게 된 거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냐 하면 솔직히 반반이다. 그동안 해온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책임감도 높은 편이라 일단 맡은 이상은 최대한 잘 해내려고 노력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할지 어떨지는 내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 임원들의 생각에 달려있으니, 결국 고민해 봐야 소용없이 내 손을 벗어난 문제이다.


어차피 내가 고민해 봐야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그만 고민하기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책임감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하는 것뿐. 내 팀원들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질 각오를 하고, 새로운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내는 것뿐.


이래저래 요즘 나는 끝없는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이었는데 작가가 되었고, 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브런치 팔로워 1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팀장을 달게 되었다.


이런 수많은 변화에 지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지.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말아야지. 심지어 그 모든 변화가 나에게 긍정적인 일들이라면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변화에 적응하자.




네,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조니워커입니다.

한 달간 소식이 뜸했지요?


글을 안 올린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회사에서 팀장을 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약 한 달 전이네요. 팀장 된다고 연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일도 두 배로 늘어나고, 그와 비례하게 늘어난 스트레스 덕분에 정신과 육체가 온전히 땅에 든든히 발을 디디고 서있지 않은 기간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출판을 위해 원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글을 다듬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고, 브런치에 올리지 않은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여러 편 작업하다 보니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제 몸이 1개인 이상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출판 원고 마무리, 그리고 본업인 회사 생활에 충실하기. 이 두 가지인데 다행히 둘 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이제 글을 쓸 여유가 조금 생기는군요.


다시 꾸준히 독자분들께 소소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일상을 열심히 살면서 글도 즐겁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TMI :

요즘은 글이 잘 안 써질 때 카페에 가서 글을 씁니다. 왜 작가들이 노트북을 들고나가서 일을 하는지 알겠더군요. 글 쓰기 좋은 카페 추천해 주시면 불쑥 찾아가 보겠습니다.

미팅 때문에 들렀던 카페인데 책이 도서관처럼 많아서 좋더군요. 다음에 여유있을 때 글 쓰러 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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