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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Feb 20. 2023

우리 집엔 층간소음을 낼 아이가 없어요

6.예민한 이웃에 대처하는 법


“따-라라-라라라라라- 따-라라-라라라라라-“

 

갑자기 월패드가 울린 건 J가 조용히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밤 10시였다. 평일 저녁에 그녀의 집을 방문할 사람은 당연히 없고, 택배도 요즘은 모두 비대면으로 문 앞에 놓고 가기에 월패드가 울리는 일은 이사 온 이후에도 10번을 넘지 않았다.

그랬기에 J는 적막한 집 안에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고, 누가 온 건지 확인하려고 월패드 근처로 갔다.

그런데 누가 방문한 게 아니라, 경비실이었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경비실입니다. 혹시 지금 아이들이 뛰고 있으신가요? 아랫집에서 주의해 달라고 연락을 주셔서요.”

 

“네??”


아.. 그런 거였구나. 별 일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심이 되면서 허탈했다.


“아뇨. 지금 아무도 걷지 않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집은 아이가 없어요.”

 

“아, 그러신가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아마 대각선 옆집 소리가 들리신 걸 수도 있을 거예요. 일단 저희 집은 지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이고 네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한 밤에 벌어진 해프닝.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예상했었기에 J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아랫집은 이사 온 첫날, 이삿짐을 한창 옮기고 있는데 문 앞으로 와서 아랫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자기들이 아주 예민하니까 조심해 달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J가 이사오기 전에 그녀의 집에 살던 가족은 남자아이 2명을 키우는 4인 가정이었는데, J가 집을 보러 방문했을 때 거실에 작게 쿠션매트가 깔려있긴 했지만 복도나 방에는 아무 매트가 깔려있지 않던 기억이 났다.

J의 아랫집은 60대 부부가 살고 있는 가구인 듯했는데, 아마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 밤낮 구분 없이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이 사는 윗집이 어지간히 골치 아픈 문제였으리라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삿날 아랫집이 방문했을 때도 J는

“걱정 마세요. 저희 부부는 늘 슬리퍼 신고 다니고 집에 아이도 없어요.”

라고 말하고 안심시킨 뒤 돌려보냈었다.

 



그랬다. J는 이웃집에 신혼부부가 이사 왔다고 말해놓았다.

옆집 아내분을 우연히 만났을 때도, 아랫집에도, 부동산 사장님한테도, 신혼부부가 이사 온 거라고 말해 놓았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있고, 워낙 자녀가 있는 가족이 많이 사는 아파트라서 굳이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도 그랬다.

J는 만일을 위해 현관문에 붙어있는 ‘아이가 자고 있어요. 벨을 누르지 말고 똑똑 노크해 주세요’라는 스티커도 떼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의 친구들이 집을 방문했을 때 현관 앞에서 그 스티커 때문에 벨을 못 누르고, 집을 잘못 찾은 것 같다며 1층으로 다시 돌아간 적도 많았다.


굳이 혼자 사는 티를 낼 필요가 없으니까. 안전을 위한 조심은 지나쳐도 나쁘지 않으니까.

J는 혼자 사는 데 많이 익숙해져가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한 밤중의 연락에는 또다시 괜한 불안감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심장이 뛰곤 했다.


다행히 경비실과의 통화를 마친 이후에는 별 다른 연락은 오지 않는다. 안심하고 침대에 누운 J는 눈을 감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을 청한다. 고요한 밤의 평화에 감사하며.


아랫집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두툼한 이불을 깔고 조심조심 이케아 테이블을 조립했다. 두시간 동안의 소리없는 사투였다.


*<조니워커의 우아하고 찌질한 혼삶>은 주 1회 연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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