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는 문학보다는 비문학, 그리고 산문의 영역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기에 소설은 내 영역이 아니고, 내 운명도 아니다. 나는 치열하게 글을 쓰지도 않고, 왜 내가 소설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처럼 계속 소설을 쓰는 이유는, 다른 수단을 통해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소설이란 형식에 있기 때문 아닐까? 말하자면 그것은 소설이 보여주는 어떤 가능성일 것이다.
하지만 내 소설 쓰기가 가망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장난을 치듯 대충 쓰고, 대충 조립한 문장들이다. 그래도 자유롭게 썼고, 쓰고 난 후가 괴롭지, 글을 쓸 때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하반기, 그것도 늦은 시기부터 쓴 것들을 모았다. 앞으로 더 쓰게 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올해는 여기에서 멈추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써놓은 것들을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엮으려 하였고, 이 책이 그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