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ny Kim Nov 12. 2016

나는 왜 내가 되었을까? Part 1

나를 만든 것들에 대하여

 유치원 종업식날 나는 달랑 한 장의 상장을 받는데 다른 친구는 여러 장을 받는 상황과 그 친구의 미소를 보고 질투를 배웠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 얘기로는 어딘가에 햄스터 무덤이 있다고 했다. 신문지로 돌돌 말아 땅속에 묻어놨다고 들었다. 무심히 손으로 땅을 파던 어느 날 신문지를 발견했다. 그날 밤 꿈에 햄스터들 앞에 재판을 받으며 두려움을 배웠다. 


 철없이 시작한 첫사랑에 빠져들었고 그 사람의 사생활이 궁금했다. 이야기가 궁금했다. 과거가 미래가 모든 것이 알고 싶었다. 그렇게 집착을 배웠다.


 작은누나가 초등학생이고 내가 유치원생이던 어느 겨울방학에 누나는 종종 나에게 달리기를 하러 나가자고 했다. 출발점은 집에서 제법 먼 골목길에서 우리 집까지였다. 누나는 항상 집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슬슬 잔꾀가 생겨 경기 도중에 초콜릿을 사 먹곤 했다. 나름 소심한 복수였다. 나중에서야 누나가 나도 모르는 지름길로 출발과 동시에 집에 도착해 TV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배신을 배웠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할머니가 성견을 선물한 적이있다. 이름은 베베 종은 마르티즈였다. 집에 아이 셋만 남은 어느 토요일 베베는 미쳤다. 자신이 우리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아는냥 우릴 위협하며 휴지를 물고 빙글빙글 거실을 돌았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우리가 먹는 고구마를 먹고 다시 돌았다. 다음날 다른 집으로 베베는 이사를 갔다. 그렇게 지랄 맞음과 이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우연히 토끼를 키우게 된 적이 있다. 성별을 구분할 수가 없었지만 이름은 토순이였다. 가족들은 ‘베베’ 사건 이후 동물 키우는 일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지랄 맞지 않은 성격 덕에 우리의 사랑을 받으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며 무럭무럭 자라던 토순이가 어느 날 베란다 벽에 머리를 받아 죽었다. 만남과 죽음을 배웠다.


 이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옹심아, 넌 내 자부심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