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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Nov 12. 2016

나는 왜 내가 되었을까? Part 2

나는 파편 조각이다.

좋아한 사람을 처음 만나는 날은 좋음, 싫음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평소 친절을 몸에 달고 살았던 나에게 그 사람이 친절을 넘어선 배려를 알려주었다. 추워하면 손을 잡아주고 귀를 덮어주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주었다. 이런 대접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당황스럽지만 내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나를 배려했다. 그렇게 배려를 배웠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서울로 올라갈 것인가, 기숙사에 남아 살 것인가를 정리하기 위해 산책을 산으로 갔다 길을 잃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던 중 사람과 차는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배가 고팠다. 국수를 먹고 싶다 생각하며 걸으니 국숫집에 눈앞에 있었고 커피를 먹고 싶다 생각하며 걸으니 카페가 나왔다. 이상했다. 기숙사로 갈까? 택시를 불러야 할까? 고민하던 중 친척집 앞에 도착했다. 여름방학을 친척집에서 보냈다. 그렇게 쫓아다니던 운명을 낯선 길에서 배웠다.


여름방학을 친척집에서 보내는 중에는 고양이 2마리와 함께 살았다. 나를 주인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나를 막대했다. 평소 친척들 옆에서만 자던 애들이 어느 날 내 옆에 와서 잠을 청했다. 기분이 좋았다. 알고 보니 그날은 집에 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아는 채도 안 하던 애들이 아침이면 내 배위에 올라와 나를 간질였다. 일어나서 밥을 달라는 신호였다. 그렇게 고양이에게 새침함과 밀당을 배웠다.


 여름날 시끄럽게 울던 매미가 잠잠해질 무렵 엄마는 길을 가다, 땅에 떨어져 목숨이 간당간당한 매미를 “야~ 힘내!”라는 응원과 함께 다시 나무 위에 올려주곤 했다. 마트가 코앞에 있는데도 길가에서 ‘조기’를 파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엄마에게 사랑을 배웠다.


 고등학교 때 교내에는 좀도둑이 많았다. 어린것들의 대범함일까? 좀처럼 멈출지 모르는 도둑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MP3를 도둑맞았다. 한 번이 아니었다. 4번은 잃어버렸다. 소중한 음악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엄마에게 “엄마 나 또 MP3 잃어버렸어”라고 말하니. “니손을 떠난 물건을 더 이상 너의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도 찾지도 않아도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처음으로 걱정과, 두려움, 집착을 내려놓았다.


 군대 입대하기 전 한 스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스님, 군대를 생각하니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은”두려움의 시작과 끝을 살펴보세요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오고 가는지”라고 말씀해주셨다. 처음으로 가만히 앉아서 스스로 생각하고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사유를 배웠다.



 가끔 삶을 살다 보면 "너는 뭐야?"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참 난감하다. 나는 한 가지 존재로 정의할 수 없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비록 반 오십년도 안됐지만, 붙고 깨지고 쪼개지고 다시 모이며 성장했다. 나는 수많은 삶의 파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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