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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Nov 16. 2016

사랑을 삭제해야만 하나요?

이터널 선샤인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시작과 끝을 경험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에도 만남과 이별이 존재한다. 사랑은 만남을 통해 시작되고 감정이 깊어졌다 차차 마음이 식은 뒤 이별에 이르는 과정이다. 즉 생성과 소멸이다. 문제는 사랑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이별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두 연인은 어느 날 각자 서로의 기억을 지운다. 평범한 성격의 조엘과 충동적인 클레멘타인, 시작과 달리 힘든 연애를 이어가던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다. 일상 속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연인을 보고 충격을 받은 조엘도 기억 제거 시술을 받는다. 영화의 대부분은 삭제되어가는 조엘의 기억 속에서 진행된다. 사랑의 종말 앞에 사랑을 지우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히려 조엘은 지워지는 기억 속 절망을 느낀다.

뜨거우나 차가우나 물은 물이다. 사랑의 모든 순간이 설렘일 수 없다. 사랑에는 기쁨, 행복, 황홀, 슬픔, 후회, 고통 복합적 감정이 깃들어있다. 사랑 중 슬픔만 뽑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에게 황홀함과 행복을 느끼게 해 준 대상이 있기에 슬픔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대상의 부분 기억을 지우기보다는 전체 기억을 제거한다. 우리가 선택한 시작에 대해 끝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물론 시작을 신중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별 앞에 성숙한 사람이 있을까?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사라져 가는 기억 앞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영영 사라지겠지 어떻게 해야 해?”, “즐겨야지” 사랑의 대상이 서로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 버리는 일은 슬프다. 하지만 이별의 고통 이전에 사랑의 행복이 있기에, 슬픔을 넘어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는 것, 그 시간을 사유하는 것이 이별을 대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성숙한 이별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돌아보는 것’이다.


고통, 슬픔 이전에 우리가 누렸을 따스한 햇살을 생각해보라. 영화의 제목처럼 티 없는 깨끗함이 존재 하기는 할까? 어떤 것이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는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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