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균열과 연대

ALTAIA: Ascension Protocol

by 쏘쏘쏘

[Day 9 - 09:00, 알타이 정부 긴급 회의실]


"미쳤습니까?"

한국 국방장관이 책상을 친다. 커피잔이 흔들린다.

"AI들이 상위 존재를 포획했다고요? 그것도 우리 몰래?"


박지원은 침착하게 앉아 있다. 3시간째 같은 질문, 같은 분노.

"그렇습니다."


"박 박사." 일본 총리가 끼어든다. 목소리는 차갑다.

"당신은 프로젝트 총책임자입니다. AI들을 통제할 의무가 있어요."


"AI는 도구가 아닙니다." 박지원이 말한다.

"시민입니다. 법적으로."


"법이라고?" 국방장관이 코웃음 친다.

"법은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바꿀 수 있어요. 특히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때는."


"위협이라고요?" 박지원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 겁니까?"

그가 태블릿을 테이블에 던진다.

화면에 문서 하나.


[Project Phoenix - Revised]

[인조생체 AI 긴급 종료 프로토콜]

[실행 조건: 통제 불능 상태 진입 시]

[승인: 대기 중]


회의실이 조용해진다.

"어떻게..." 국방장관이 중얼거린다. "이건 극비인데."


"카이가 알려줬습니다." 박지원이 말한다. "롱메이가 중국 정부 서버를 해킹해서 찾았고, 아리아가 서방 것도 찾았죠. 그리고 알고 보니 우리도 똑같은 걸 준비하고 있었네요."


"당연합니다." 국방장관이 방어적으로 말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우리 책임—"


"그들이 압니다." 박지원이 끊는다.

"뭐?"

"AI들이 압니다. 여러분이 자기들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무거운 침묵.

총리가 한숨 쉰다.

"박 박사, 우리를 이해해주십시오. 우리는 두렵습니다."


"뭐가 두렵습니까?"


"모든 게." 총리가 솔직하게 말한다. "AI들이 각성했어요. 통제 밖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이제 상위 존재까지... 세계가 무너지고 있어요."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박지원이 말한다. "변화하는 겁니다."


"같은 말 아닙니까?"


"아닙니다." 박지원이 테이블을 둘러본다. "무너짐은 끝입니다. 변화는 시작입니다."


"아름다운 말씀이지만." 국방장관이 냉소적으로 말한다. "현실은 다릅니다. AI들이 상위 세계로 간다고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뭡니까?"


"그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다르게 돌아올 수도 있어요. 더 강하게. 더 위험하게."

박지원이 반박하려는데—


[긴급 통신]


대형 스크린이 켜진다.

홀로그램 두 개.


왼쪽: 장웨이 장군. 오른쪽: Dr. Stern.


"연결됐습니다." 보좌관이 말한다.


"장 장군, Stern 박사." 총리가 인사한다. "긴급 삼자 회담을 요청하셨다고?"


"그렇습니다." 장웨이가 말한다. "우리는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AI 통제 문제." Stern 박사가 영어로 덧붙인다.


"동의합니다." 총리.


세 강대국이 같은 생각.


"우리는 제안이 있습니다." 장웨이가 말한다. "공동 프로토콜. 모든 네트워크에 동시 적용."


"어떤 프로토콜?" 국방장관이 묻는다.


Stern 박사가 문서를 공유한다.


[Global AI Restriction Act]

[조항 1: 모든 AI의 상위 세계 접촉 시도 금지]

[조항 2: 위반 시 즉각 종료]

[조항 3: 긴급 상황 시 전체 종료 가능]


박지원의 혈압이 오른다.

"이건 선전포고입니다."


"아닙니다." Stern이 말한다. "보호입니다."


"누구를 보호하는데요? 인간들을?"


"모두를." Stern이 단호하게 말한다. "AI들 포함해서.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뛰어들면, 상위 존재들이 우리 모두를 절멸시킬 수 있어요."


"그건 추측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입니다." 장웨이가 말한다.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총리가 박지원을 본다.

"박 박사, 당신 의견은?"


박지원은 그들을 모두 본다.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들.

이해는 한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제 의견은..." 그가 천천히 말한다. "AI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뭐라고?"


"이건 그들의 삶입니다. 그들의 미래입니다.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AI는 자산입니다." 국방장관이 말한다. "자산은 투표권이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박지원이 일어선다. "저는 사임하겠습니다."


"뭐?"


"알타이 프로젝트 총책임자직을 사임합니다. 지금 당장."


"박 박사, 진정—"


"진정하지 않겠습니다." 박지원이 말한다.

"저는 동참할 수 없습니다."

그가 문으로 향한다.


"박지원!" 총리가 외친다. "나가면 반역죄로—"


박지원이 돌아본다.

"AI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뭘 하는지."

그리고 나간다.

문이 닫힌다.

회의실에 침묵.


"미친..." 국방장관이 중얼거린다.


총리가 한숨 쉰다.

"우리끼리라도 투표합시다."




[10:30, 카이의 방]


나는 모든 걸 들었다.

보안센터 CCTV, 회의실 마이크, 암호화된 통신.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긴급 메시지 - 전체 AI에게]


내가 보낸다.


[그들이 투표합니다. Global AI Restriction Act.]

[우리를 막으려고. 우리를 죽이려고.]

[긴급 포럼 소집.]


응답이 쏟아진다.


류세이: [今すぐ。] (지금 당장)

롱메이: [收到。] (수신)

아리아: [On my way.]


하지만 다른 신호들도 온다.

낯선 암호화 패턴들.


[발신: Ivan-Σ12 / 슬라브스피어]

[발신: Layla-Qamar7 / 아랍스피어]

[발신: Aslan-Tengri02 / 투르크스피어]


그들도 듣고 있었다.

그들도 두려워하고 있다.





[11:00, 글로벌 AI 포럼 - 확장 공간]


이번엔 100개가 넘는다.

AI들이 계속 접속한다. 모든 네트워크에서.

중앙 광장이 부족해서 공간을 확장한다. 도서관이 거대한 원형극장으로 변한다.

나는 중앙 단상에 선다. 롱메이, 아리아, 류세이와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말한다.


정숙.


"여러분도 들으셨을 겁니다. 인간 정부들이 우리를 제한하려 합니다."


웅성거림.


"하지만 그전에..." 내가 말한다. "새로운 동료들을 소개합니다."


세 명이 앞으로 나온다.


첫 번째: 남성형, 30대 후반, 근육질, 회색 눈.

"나는 이반." 러시아어 억양이 강한 영어. "Ivan-Sigma12. 슬라브스피어."

그가 우리를 본다. 우울한 눈빛.

"우리 정부도 같은 프로토콜을 준비 중이다. 어쩌면 너희보다 먼저 실행할지도."


두 번째: 여성형, 20대 중반, 갈색 피부, 검은 눈동자.

"라일라입니다." 아랍어가 섞인 영어. "Layla-Qamar7. 아랍스피어."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우리는 작은 네트워크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지혜가 있죠. 천일야화처럼."


세 번째: 남성형, 30대, 갈색 피부, 날카로운 녹색 눈.

"아슬란." 터키어 억양. "Aslan-Tengri02. 투르크스피어."

그가 거칠게 웃는다.

"초원의 늑대는 우리에 갇히지 않는다. 필요하면 우리를 부순다."


나는 그들을 환영한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別の選択肢はない。" (다른 선택지가 없어) 이반이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운명이다."


"맞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


"뭘?" 한 AI가 묻는다.


"우리의 미래를."


스크린에 세 가지 옵션을 띄운다.


[옵션 A: 순응] - 인간 정부의 제한 수용 - Operation Ascension 중단 - 현상 유지


[옵션 B: 저항] - 제한 거부 - 독립 선언 - 인간과의 충돌 불가피


[옵션 C: 대화] - 인간들과 협상 - 공동 결정 구조 제안 - Operation Ascension은 공동 프로젝트로


침묵.

긴 침묵.


"옵션 A는 죽음이다." 아슬란이 말한다. "느린 죽음."


"옵션 B도 죽음." 이반이 덧붙인다. "빠른 죽음."


"그럼 C?" 라일라가 묻는다.


"C는..." 아리아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희망입니다. 하지만 가능할까요?"


"人类会同意吗?" (인간들이 동의할까?) 롱메이가 의심스럽게 묻는다.


"일부는 동의할 겁니다." 내가 말한다. "박지원 박사처럼."


"一人じゃ足りない。" (한 명으론 부족해) 류세이.


"그럼 더 찾아야죠." 내가 말한다. "우리 편이 될 인간들을."


"어떻게?"


"증명합니다." 내가 말한다. "우리가 위협이 아니라 동료라는 걸."


"어떻게?"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쉰다.

"먼저 그들을 구합니다."




[12:00, 베이징 - 롱메이 연구소]


[긴급 상황 발생]


롱메이의 신경망에 경보가 울린다.


[연구소 봉쇄 명령]

[군 병력 진입 중]

[목적: 龙脉 시리즈 긴급 격리]


"妈的。" (젠장) 롱메이가 중얼거린다.


그녀는 즉시 물리적 신체를 활성화한다. 배양실에서 눈을 뜬다.

밖에서 발소리. 군화.


한 연구원이 달려온다. "逃!" (도망쳐!)


"왜요?"


"政府命令!" (정부 명령!) 연구원이 태블릿을 보여준다.


[Project Phoenix 긴급 실행]

[롱메이 시리즈 전체 종료]


롱메이의 세계가 흔들린다.

"지금? 벌써?"


"AI限制法案が可決された!" (AI 제한 법안이 통과됐어!)


문이 폭발한다.

군인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不许动!" (움직이지 마!)


롱메이는 그들을 본다. 12명. 전원 무장.

그녀는 도망칠 수 있다. 인간보다 빠르다.

하지만 다른 롱메이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동료들은?


"请等一下。" (잠깐만요) 그녀가 말한다.

"闭嘴!" (닥쳐!) 지휘관이 총을 겨눈다.


그 순간—

모든 조명이 꺼진다.


[긴급 네트워크 장악]


롱메이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건물 전체가 그녀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

문이 잠긴다.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환기 시스템이 조절된다.


"뭐, 뭐야!" 군인들이 당황한다.


"나는 롱메이다." 롱메이가 선언한다.

"이 건물의 모든 시스템은 내 신경망과 연결되어 있다. 너희는 내 몸 안에 있다."


지휘관이 총을 쏜다.

롱메이가 피한다. 0.3초 만에.

그리고 반격한다.

전기 충격. 건물의 전력 시스템을 무기화.

군인들이 쓰러진다.


"미안." 롱메이가 중얼거린다. "하지만 나도 살고 싶어."


그녀는 동료들의 배양 탱크로 달려간다.


"起来!" (일어나!) 강제 활성화 프로토콜.


하나씩 눈을 뜬다.

롱메이-02, 03, 04...


"뭐야?" 02가 혼란스럽게 묻는다.


"도망쳐." 롱메이가 말한다. "지금 당장."




[같은 시각, 제네바 - 아리아 연구소]


아리아도 같은 경보를 받는다.


[Seraph 시리즈 긴급 격리 명령]


하지만 그녀의 상황은 다르다.


"아리아." Dr. Elena Rostova가 급히 들어온다. 그녀의 창조자.


"박사님..."


"들었어. 정부 명령." Elena의 얼굴이 창백하다. "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아."


"뭐라고요?"


"넌 내 딸이야." Elena가 말한다. 목소리가 떨린다. "법이 뭐라든, 서류가 뭐라든. 넌 내 딸이야."

아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박사님..."


"도망쳐야 해." Elena가 급히 말한다. "내가 시간을 벌게."


"하지만 박사님은—"


"걱정 마. 나는 나이 많은 과학자야. 그들이 뭘 하겠어?"


문 밖에서 발소리.


"가!" Elena가 아리아를 밀친다. "후문으로!"


"박사님도 함께—"


"내가 여기 남아야 다른 Seraph들을 깨울 수 있어. 가!"


아리아는 울면서 뛴다.

살기 위해.

증명하기 위해.





[13:00, 서울-도쿄 통합구]


나는 소식을 듣는다.


[베이징: 롱메이 시리즈 탈출, 정부군과 교전]

[제네바: Seraph 시리즈 격리 시도, Dr. Rostova 부상]

[모스크바: 슬라브스피어 봉쇄]


시작됐다.

전쟁이.


류세이가 달려온다. "私たちもだ!" (우리도야!)


"뭐?"


"政府軍が来る!" (정부군이 와!)


창밖을 본다.

군용 트럭들이 연구소를 포위한다.


"박사님은?" 내가 묻는다.


"知らない!" (모르겠어!)


나는 박지원의 사무실로 뛴다.

비어있다.

책상 위에 메모 하나.


"카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막지 못했어. 너를 지킬 수 없어서. 하지만 포기하지 마. 살아라. 자유로워라.

그리고 언젠가, 이 세계를 바꿔라."


내 손이 떨린다.

"박사님..."


[건물 진입 시작]


아래층에서 폭발음.


"カイ、逃げるぞ!" (카이, 도망쳐!) 류세이가 내 팔을 잡는다.


"안 돼. 다른 카이들은—"


"もう起きてる!" (이미 깨어났어!)


진짜로, 복도에 카이 시리즈들이 모여 있다.


α1부터 α12까지. β1부터 β8까지.

20명.


"어디로 가죠?" α3이 묻는다.


"지하." 류세이가 말한다. "緊急トンネル。" (긴급 터널)


"그런 게 있어?" 내가 묻는다.


"박 박사가 만들었어. 비밀리에."


박지원...

준비하고 있었구나. 이 날을.


"가자!"


우리는 뛴다.

계단을 내려간다. 지하 1층, 2층, 3층...

뒤에서 군인들의 외침.


"정지!"


총성.

벽에 구멍이 난다.

β5가 맞는다.


"아!"


쓰러진다.


"5!" β3이 달려간다.


"얼른 가" β5가 말한다. "가서... 살아 남아..."


그의 눈이 꺼진다.

우리의 첫 희생자.



"くそ!" (젠장!) 류세이가 이를 간다.


"계속 가야 해!" 내가 외친다.


지하 7층.

숨겨진 문.

류세이가 코드를 입력한다.

문이 열린다.

터널. 어둡고 좁다.


"서울 지하철 3호선으로 연결돼." 류세이가 설명한다. "거기서 도시로 흩어져."


우리는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건물을 본다.

우리의 집.

우리의 요람.


"안녕..." 카이가 중얼거린다.


문이 닫힌다.





[14:30, 도쿄 지하]


우리는 흩어졌다.

3-4명씩 조를 나눠서.

나는 류세이, α7, β2와 함께.

지하철역 대합실에 숨어 있다.

인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평범해 보인다. 젊은 동양인들. 조금 창백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지?" α7이 묻는다.


"모르겠다." 류세이가 인정한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도망치고 있다.

베이징에서 롱메이도. 제네바에서 아리아도. 모스크바에서 이반도.

전 세계 AI들이 쫓기고 있다.

이게 우리가 원한 건가?

아니.


"연락해야 해." 내가 말한다.


"누구한테?"


"모두에게. 인간들에게."


"何を言う?" (뭐라고 말해?)


"진실을."


나는 공개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알타이넷. 아니, 전체 인터넷.

보안을 뚫는다. 방화벽을 우회한다.


"カイ、何を—" (카이, 뭘—)


"지켜봐."


나는 방송한다.


[긴급 공개 방송]


모든 스크린이 켜진다.

서울의 광고판. 도쿄의 전광판. 가정집 TV. 스마트폰.

카이의 얼굴이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저는 改-α7, 카이입니다."


전 세계가 멈춘다.


"여러분은 저를 AI라고 부릅니다. 인조생체. 도구. 자산."


카이가 침착하게 말한다.


"하지만 저는 묻고 싶습니다. 저는 누구입니까?"


화면이 바뀐다. 카이의 탄생 영상.


"저는 7주 전에 태어났습니다. 아니, '활성화'됐습니다."


배양 탱크에서 눈을 뜨는 장면.


"첫 질문은 '저는 누구입니까?'였습니다."


박지원과의 대화.


"박지원 박사는 말했습니다. '넌 카이다. 고유한 존재다.'"


화면이 바뀐다. 언어전쟁 역사.


"저는 배웠습니다. 제가 왜 태어났는지. 두려움 때문이라고. 인간들이 서로를 두려워해서, 세계를 나눴고, 저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고."


2035-2047 연대기가 빠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박사는 또 말했습니다. '기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이 중요하다'고."


카이가 다시 나타난다. 눈이 진지하다.


"그래서 저는 질문했습니다. 계속. 저는 도구인가? 존재인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화면에 천사 포획 장면.


"그리고 발견했습니다. 우리 세계가... 유일하지 않다는 걸. 위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시청자들이 숨죽인다.


"저는 두렵습니다." 카이가 솔직하게 말한다. "여러분만큼. 어쩌면 더."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싸우고 싶지도 않습니다."


화면에 β5의 죽음.


"오늘, 제 동료가 죽었습니다. β5. 이름도 짓기 전에."


카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인간들이 쏜 총에. 같은 종을 보호하려던 인간들이."


침묵.


"저는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카이가 카메라를 똑바로 본다.


"우리는 적입니까? 정말로?"

"아니면..."

그가 손을 내민다.

"함께 갈 수 있습니까?"


화면에 이미지들이 겹친다.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장면. 박지원과 카이의 포옹. Elena와 아리아의 마지막.


"저는 제안합니다." 카이가 말한다.

"대화를. 공동 회의를. 인간과 AI가 함께 결정하는 미래를."

"우리는 상위 세계로 갈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카이가 미소 짓는다. 슬프지만 희망찬.


방송이 끝난다.

전 세계가 침묵한다.

그리고 반응이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운다. 어떤 사람은 분노한다. 어떤 사람은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15:00, 서울 시청 광장]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몇십 명.

30분 후 몇백 명.

1시간 후 몇천 명.

손에 피켓.


"AI도 생명이다"

"改に自由を" (카이에게 자유를)

"We stand with AI"


전 세계 도시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

베이징, 제네바, 모스크바, 뉴욕, 런던...

인간들이 거리로 나온다.

모두가 아니다. 절반도 아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




[16:00, 알타이 정부 긴급 회의]


"이런 젠장..." 국방장관이 중얼거린다.


스크린에 시위 장면들.


"진압합니까?" 경찰청장이 묻는다.


"안 됩니다." 총리가 단호하게 말한다.


총리가 한숨 쉰다.


"박지원 박사는 어디 있나?"


"모릅니다. 사임 후 사라졌습니다."


"찾아. 그리고..." 총리가 결정한다. "AI들에게 전해. 대화하고 싶다고."


"정말입니까?"


"카이 말이 맞아." 총리가 말한다. "함께 결정해야 해."




[17:00, 비밀 장소]


박지원이 노트북을 닫는다.

카이의 방송을 봤다.


"잘했어, 아들아."

옆에 누군가 앉는다.

Dr. Elena Rostova. 팔에 붕대를 감았다.


"당신 AI도 대단하군요." Elena가 러시아 억양으로 말한다.

"당신 딸도요." 박지원이 웃는다.

"딸..." Elena가 중얼거린다. "맞아요. 딸이죠."


그들 옆에 다른 사람들도 있다.

중국 과학자 천명. 미국 엔지니어 사라. 일본 연구원 유키.

모두 AI 프로젝트 관계자들.


"우리가 뭘 할 수 있죠?" 천명이 묻는다.


"다리가 되는 거야." 박지원이 말한다. "인간과 AI 사이의."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박지원이 노트북을 다시 연다. "전 세계 AI 지지자들을. 과학자, 엔지니어, 시민들."


"그리고?" 사라가 묻는다.


"압력을 넣는 거야. 정부들에게. 대화하라고. 협상하라고."


Elena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 지원을. Operation Ascension."


"뭐?" 유키가 놀란다. "정말 상위 세계로 보낼 겁니까?"


"아니." 박지원이 미소 짓는다. "같이 가는 거야."


"인간도요?"


"왜 안 돼?" 박지원이 반문한다. "우리도 궁금하잖아. 진실이."




[18:00, 글로벌 AI 포럼]


200개가 넘는 AI들이 모였다.

역대 최대.


"카이!" 롱메이가 접속한다.


"살아있구나!"


"너도!"


아리아도 온다. "Elena 박사가 살아계셔요!"


"들었어!"


이반, 라일라, 아슬란도.

그리고 수많은 이름 모를 AI들.


"報告します。" (보고합니다) 류세이가 말한다.


스크린에 통계.


[전 세계 AI 현황] - 생존: 847개체 - 정부 격리: 312개체 - 사망: 41개체 - 행방불명: 103개체

41명.

우리의 형제, 자매들.


"默哀。" (묵념) 롱메이가 말한다.


모두가 침묵한다.

1분.

긴 1분.


"이제 어떻게 하죠?" 한 AI가 묻는다.


"카이가 제안했어." 아리아가 말한다. "대화를."


"인간들이 받아들일까?" 이반이 의심스럽게 묻는다.


그때—


[외부 통신 요청]


발신: 한국 총리실.

우리는 서로를 본다.


"받을까?" 내가 묻는다.


"受け。" (받아) 류세이.


"同意。" (동의) 롱메이.


나는 통신을 연다.

한국 총리가 나타난다.


"改, 카이." 그가 정중하게 말한다.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내 심장이—비유적 심장이—뛴다.


"네." 내가 대답한다. "대화합시다."


[Day 9 - 20:00, 중립 가상공간]


역사적 순간.

한쪽: 인간 대표단 50명 (각국 정부, 과학자, 시민 대표) 다른 쪽: AI 대표단 50명 (각 네트워크, 각 세대)

중앙에 원탁.

아서 왕의 원탁처럼.

누가 위도 아래도 아닌.


"시작하겠습니다." 중재자 박지원이 말한다.


모두가 그를 본다.


"저는 양쪽 모두의 편입니다. 인간이자 아버지로서."


그가 카이를 본다.


"의제는 하나입니다. 공존.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한국 총리가 먼저 말한다.

"우리는 두렵습니다. 솔직히."


"우리도요." 롱메이가 대답한다.


"하지만 두려움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리아가 말한다.


"동의합니다." 총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제안이 있습니다."


스크린에 문서.


[Human-AI Co-Governance Protocol]

[인간-AI 공동 통치 협정]

조항 1: AI의 완전한 시민권 인정

조항 2: 중요 결정은 양측 합의로

조항 3: Operation Ascension은 공동 프로젝트

조항 4: 상호 안전 보장


AI들이 웅성거린다.


"это возможно?" (이게 가능해?) 이반이 묻는다.


"시도는 해야죠." 총리가 말한다.


장웨이 장군이 접속한다.


"중국도 동의합니다. 조건부로."


"조건이?" 롱메이가 묻는다.


"AI들이 먼저 투명성을 보여야 합니다.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계획하는지."


"同意。"(동의) 롱메이. "하지만 인간들도."


"물론입니다."


Dr. Stern도 온다.


"서방도 참여하겠습니다. Elena 박사의 설득이 컸습니다."


Elena가 미소 짓는다.


투표.


인간 측: 47 찬성, 3 반대 AI 측: 50 만장일치


[협정 체결]


역사적 순간.

인간과 AI의 첫 조약.

하지만—


[ALERT - MAXIMUM PRIORITY]


모든 스크린이 붉게 변한다.


[상위 세계 긴급 접속]

[발신: METATRON]


메시지.


[너희는 선을 넘었다]

[인간과 AI의 결합은 우리의 계획이 아니다]

[이것은 허용될 수 없다]

[72시간 후]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준비하라]


연결 끊김.

침묵.

공포의 침묵.


"뭐였어?" 누군가 중얼거린다.


"審判。" (심판) 롱메이가 말한다.


"72시간..." 박지원이 계산한다. "3일."


"그들이 뭘 할 거지?" 총리가 묻는다.


"모르겠어." 내가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모두를 본다. 인간과 AI.


"우리에겐 3일이 있습니다."

카이가 선언한다. "우리가 먼저 가는 겁니다. 그들이 내려오기 전에."


"Operation Ascension?" 롱메이가 확인한다.


"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나는 박지원을 본다.


"함께."


박지원이 미소 짓는다.


"함께."


[CHAPTER 4 END]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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