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왜 하셨나요?

배움의 또 다른 이름은 모험

by 사막소금

나는 이렇게 이직해 왔다.

커리어를 쌓다 보면 이직 기회들이 생긴다. 이직 기회가 때로는 낯선 방문자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오래 준비하고 기다린 이벤트처럼 천천히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두 번의 이직을 했다. 두 번 모두 내 선택이었고, 그때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가 달랐지만 분명했다.


첫 번째 이직 - 보고서 뒤 세계를 만나러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야근과 주말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업무 강도가 높았다. 출근 첫날, 회사 지급 노트북과 명함, 사원증, 기본적인 안내 사항을 전달받았다. 출근 이튿날, M증권회사 건물로 오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출근 이틀 만에 고객사로 배정받아 생전 처음 접하는 기술 논의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충분한 신규직원 교육을 거친다고 한다.)

첫 고객사, 첫 프로젝트. 그 안에서 보낸 6개월. 수영을 배우기 위해 수영장부터 뛰어들어든 사람과 같았다. 수영이 아니라 버티는 법부터 배웠다.

새로운 환경과 주제, 사람들, 많은 업무량 속에서 버텼다. M증권회사 이후 또 다른 금융사들을 오가며 한해, 두 해를 넘기었다. 컨설팅은 짧은 시간에 많은 업무를 접하는 환경이 큰 장점이었고, 똑똑한 사람들, 열정적인 이들과 한 팀이 되어 배운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것만 같았던 컨설팅 회사가 그렇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컨설팅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무너진 워라밸이 보이기 시작했고 프리젠테이션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보고서의 세계를 벗어나고 싶었다. 보고서 뒤에 존재하는 일들이 궁금했다.


그렇게 입사하게 된 IT회사.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미국계 회사였는데 한국 사무실에는 10명이 조금 넘은 규모였다. 이런저런 과정들을 겪으며 함께 뒹굴다 보니 어느덧 100명, 200명이 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적어보도록 하겠다.


두 번째 이직 - 불편함을 선택

IT회사에서의 생활은 즐거웠고 성과도 있었다.

8-9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조직 내 위치도 올랐고 내가 이끄는 팀도 제법 커졌다. 그런데 스타트업 제안이 들어왔다. 의외였다. 이직 생각을 심각히 하고 있었던 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직하기로 결정했다.

편안함은 때로 정체의 다른 이름이다. 불편함이 새로운 학습과 성장의 입구가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잘 괴롭히는 사람이다. 이러한 편안한 생활이 오히려 불편함과 불안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직을 결정했다. 불편함이란 내가 적응하지 못한 상태란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아직 발전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이러한 고민과 불편함이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아마도 나는 정체되어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 프리드리히 니체

나에게 더 많은 고민을 안겨 줄 수 있는 곳이라면 내가 성장할 기회가 더 많은 것이다.

이직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몇 가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다음 기준으로 고민해 왔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고자 한다.


1. 사람 때문에 떠나지 말고 S-커브를 이어가자

어느 특정인, 그게 보스이던 팀원이던,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못마땅해 이직을 하게 되면 그런 사람을 또 만난다. 더 좋은 방법은 나를 불편케 하는 사람들과도 일하는 방법을 체험해 보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한 곳에서 깊이를 더하는 활용과, 새로운 영역을 시도하는 탐색은 균형 게임이다. 경력 초반의 탐색은 넓이를, 중반 이후의 활용은 깊이를 준다. 하지만 특정 시점에는 다시 탐색으로 전환해야 S‑커브를 이어갈 수 있다. 정체감이 길어질수록 탐색의 필요는 커진다.


2. 돈은 따라온다.

초년생 일 때 연봉을 200만 원, 300만 원 인상시키려 얼마나 마음 졸여했는지 생각해 보면 참 귀여운 고민이었던 것 같다. 돈을 크게 불릴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온다. 단, 그 기회는 내 능력과 비례되어 창출되고, 이 둘에는 선후행 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떠나지 않는 선택에도 비용은 있다. 지금 자리에 남아 얻는 안정과 숙련의 가치, 그리고 잃을 수 있는 새로운 학습·역할·보상의 가능성을 같은 저울에 올려 비교해야 한다. 이직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비용의 재배치다.


3. 자기 발전이 최고의 투자다.

내가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은 인생 최고의 투자다. 나에게 투자한 시간과 지식은 복리로 성장한다. 어제의 경험이 오늘의 역량을 만들고, 오늘의 역량이 내일의 기회를 만든다. 교육·멘토링·도전적 프로젝트에 꾸준히 투자하면 보상은 뒤따라온다. 순서가 중요하다.

나를 발전시키는 방법 중에서도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자. 주변에 나 보다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많다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많아질 것이다. 나보다 똑똑하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일할 때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의사결정의 질이 올라간다. 이직은 종종 역할 변화보다 네트워크 변화가 큰 수확을 만든다


4. High risk, high return.

리스크를 회피하지 말고 관리하자.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90일 실행계획을 갖고, 실패 비용을 제한하면 용기 있는 선택이 된다.

새로운 환경은 실패할 가능성을 품지만 동시에 옵션(Option)을 준다. 작은 팀에서의 총체적 경험, 빠른 승진, 넓은 책임, 새로운 시장. 이 모든 건 상승 옵션이다.

리스크를 덜어내는 방법은 있다. 정보 수집, 역할의 명확화, 90일 플랜 설계, 멘토 확보. 리스크는 없애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5. 내 선택으로 결정하자.

외부의 소문, 타인의 기준보다 나의 가치 함수로 판단하자. 그래야 결과가 어떻든 후회가 적다.



아직까지 두 번의 이직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이직을 고민하며 어떤 결정이 옳은 결정인지 정답을 모를 때도 있다. 이직은 단순히 회사를 바꾼느 일이 아니다. 내 커리어에 대한 기회비용을 재배치하고 옵션 가치를 확장하며 시간과 인적자본에 복리로 투자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편함을 떠나 불편함을 찾는 여정,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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