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아앙!!!
고막을 멍멍하게 울리는 엔진 소리. 찰나의 순간을 위해 경쟁하는 프로들.
포뮬러 1 레이싱은 넷플릭스에서도 몇 편의 시리즈가 연재될 정도로 이제는 대중들에게 어색하지 않은 스포츠가 되었다. F1 경기의 우승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그 스포츠를 잘 몰랐을 때는 단순히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F1은 정해진 트랙을 한 바뀌씩 랩(lap)을 돌고, 가장 빨리 랩 횟수를 마치고 골인하는 경기다. 가장 먼저 체커기(Chequered Flag)를 받는 top 3 드라이버들은 포디움에 올라 샴페인을 터뜨리는 영광을 얻는다. F1의 성공과 실패, 그 명암이 치열한 경쟁 속 찰나의 기회들로 승자가 정해지는 비즈니스 세계와도 닮아있다.
뛰어난 차량은 가속력만 좋은 게 아니다. 감속도 좋아야 한다. 브레이크가 확실해야 한다. 일도 그렇다. 치고 내달릴 때가 있지만 감속하고 멈출 때도 있어야 한다.
풀액셀을 꽉 누르는데 집중했다면 풀브레이크를 꽉 밟아야 할 때는 주저 없이 눌러주자. 브레이크(brake)는 표기가 다르지만 나는 break로 쓰고 싶다. 멈춤. 잠깐의 단절. 다음 질주를 위한 호흡.
비즈니스에서의 브레이크는 속도를 줄이는 용기가 될 때가 많다.
불량을 줄이기 위해, 고객 신뢰를 위해, 더 크게 가기 위해 잠시 멈춤을 선택하는 것.
가속이 눈에 보이는 힘(추진력)이라면 감속은 보이지 않는 지혜다.
경영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미리 정해두자.
“이 지표가 무너지면 멈춘다.”
“이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속도를 늦춘다.”
브레이크 포인트가 없는 질주는, 제동 거리조차 모른다.
F1 레이싱은 혼자 달리는 경기가 아니다. 경주 완주를 위해 함께 지원하는 엔지니어링팀과 현장 지원팀이 있다. 코스를 분석하고, 코스에 맞게 차량을 조정하며. 내 시야에서 보지 못하는 트랙의 상황을 무전으로 알려준다. 이 모든 것이 팀워크다. 운전석 앞에 앉아 있는 드라이버 한 명의 경기가 아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전방(세일즈·마케팅)만 잘해도 이길 수 없다. 후방(제품·데이터·운영)이 받쳐줘야 한다.
피트스톱 2초. 이게 팀의 힘이다. 정보가 끊기지 않게, 손이 꼬이지 않게, 한 사람의 스피드를 팀의 스피드로 바꿔주는 일.
한 박자 늦은 무전은 사고다. 한 박자 빠른 공유는 세이프티.
회의를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무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F1은 아주 순간의 분초를 다투는 경기다. 이를 위해 타이어를 예열하는 것조차 필수적이다. 도로 주행 환경에 따라 타이어는 달라진다.
소프트, 미디엄, 하드.
마른 노면의 슬릭, 젖은 노면의 인터미디엇/웨트.
속도와 내구성의 트레이드오프. 그리고 교체 타이밍. 타이어는 비즈니스로 따지면 전략의 컴파운드다.
시장 환경에 따라 바꾸어 끼우는 채널, 가격, 채용 속도, 자본 배치의 문제다. 한 번 끼웠다고 끝이 아니다.
노면이 바뀌면, 전략도 바꿔야 한다.
[성장 국면] 소프트 타이어
공격적 마케팅, 프로모션, 빠른 채용이 필요하다.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예열이 잘 되면 엄청난 그립으로 코너를 파고들고 코너에서 기회를 만들어 낸다. 빠른 점유와 선점이 필수다.
[불확실성 국면] 웨트 타이어
가시성이 떨어진다. 보이는 것이 희미하게 보이고 겹쳐 보이기도 한다. 그립 우선으로 주행이 필요하다.
현금흐름을 관리하고 보수적인 수요예측과 위험을 분산한다. 젖은 노면에서는 속도 대신 안전을 택한다. 한 번의 사고는 회생 불가로 이어진다.
[수익 국면] 하드 타이어
단단한 내구성, 긴 스틴트. 단위경제를 다지고, 제품 품질을 올리고, 가격을 지킨다.
그리고 피트스톱의 타이밍. 눈치 싸움과 두뇌 싸움의 영역이다. 너무 일찍 들어가면 트래픽에 막힌다. 너무 늦게 들어가면 타이어가 죽는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브랜드 리뉴얼, 가격 조정, 인프라 재구축, 재상장. 세이프티카가 나왔을 때(규제·금리·공급망 변화),
같이 들어갈지, 역으로 버티며 오버컷을 노릴지.
판단은 순간이지만 준비는 평소에 한다.
트랙을 주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고들은 순위 경쟁에 변수가 된다. 올바르게 주행하고 있었더라도 다른 드라이버의 실수로 차량이 파손되면 경기를 포기해야 한다(F1에서는 retire라고 부른다). 사고 파편물이 도로에 남아 이를 잘못 밟아 타이어가 터지거나 차량이 손상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물지 못한다. 경기 내에서 발생하는 운의 영역이다. 순위를 운에 모두 맡길 수는 없지만 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외생 변수는 온다.
팬데믹, 금리, 환율, 규제, 알고리즘. 어떤 팀에게는 세이프티카가 선물처럼 다가온다. 어떤 팀에게는 예기치 못한 리타이어를 만든다.
결국 운은 경기장 안에서 우리와 함께 뛴다. 우리는 운을 탓하기보다 운이 왔을 때 잡을 준비와 운이 떠났을 때 버틸 저력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비즈니스는 레이스다. 한 번의 스프린트가 아니라, 여러 스틴트로 이어지는 롱런이다.
오늘은 풀액셀을 밟을지, 내일은 풀브레이크를 누를지. 노면을 읽고, 팀과 무전하며, 올바른 타이어로 다음 코너를 준비한다.
채커기가 흔들릴 때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모든 선택과 준비가 종합되었을 때만 비로소 포디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