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데 오늘 Mar 24. 2021

푸른빛 상처

By Emily Dickinson

 "A slash of Blue"가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통찰



"A slash of blue"는 색채감이나 표현력이 단연 돋보이는 시이면서도 해석이 어려운 시중에 하나였다. 에밀리 디킨슨은 시를 지을 때 중의적 표현과 개인적 사색의 결과물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에 - 아마 그렇게 하는 것이 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그녀의 시는 한두 번 읽는 것만으로 그 의미를 깨닫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시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이유로 미시간 대학교(the University of Michigan) 명예 영문학 박사인 로렌스 버코브(Lawrence I. Berkove) 박사의 해석을 참고하게 되었다.


그는 이 시를 한마디로 전쟁에 관한 시라고 정의하며, 이 시가 쓰인 시기를 볼 때, "에밀리 디킨슨의 시(The Poems of Emily Dickinson)" 하버드 집주본 편집자인 토마스 존슨(Thomas Johnson)은 대략 1860년 경으로, 예일 대학교 베이넥 희귀 북 도서관(Beinecke Rare Book & Manuscript Library) 책임자였던 R.W. 프랭클린(R. W. Franklin)은 1861년 늦은 봄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만일 시인이 1860년 또는 1861년 봄에 이 시를 지었다면 1861년 7월 21일에 일어난 남북전쟁의 첫 주요 전투인 불런(bull run) 전투가 일어나기도 전에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전쟁에 관한 시를 적은 것이므로 매우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처럼 시기적 아이러니에 빠지게 될 정도로 디킨슨의 시적 힘이 얼마나 정교한 것이었는지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의 상상력처럼 디킨슨이 예지력과 초능력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그건 그렇다 치기로 하고, 과연 그의 해석대로 이 시는 전쟁에 관한 시일까?


남북전쟁 당시 북부군은 파란색 유니폼을 남부군은 회색 유니폼을 입었기에 "slash of blue" 와 "sweep of gray"를 각각 북부군, 남부군에 비유한 것이고, 길가에 널린 사상자들을 "scarlet patches"라고 표현한 것일까?


하지만 그의 해석이 맞는다 해도 그녀의 고향인 매사추세츠 애머스트(Amherst, Massachusetts)가 북부군의 지역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구태여 우군인 북부군이 패전하고 적군인 남부군이 승전하는 역전된 상황을 시로 적을 필요가 있었겠느냐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았다. 그래서 어쩌면 학자들은 시인의 후광과 그 국가적 의미에 심취한 나머지 정작 시인의 마음속에 담겼던 시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 시를 해석함에 있어서 로렌스 버코브 박사의 견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석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과 이 시를 시인이 그녀의 집에서부터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 코네티컷 강가에 서서 서쪽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은 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1861년 봄, 30대 초반을 살고 있는 아직은 어린 나이인 시인의 시상 속으로 생각을 옮겨본다.


"그날은 코네티컷 강가에서의 소풍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낸 날이었다. 낮 동안 눈부시게 파랗던 하늘과 하얀 구름도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어느새 빛을 잃고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붉은 태양이 지평선에 다다르자 황혼에 물든 하늘이 강물에 비치며 진홍색 물결이 반짝이며 일고, 다가오는 어둠에 보랏빛으로 변해버린 하늘은 빨갛게 물든 지평선 뒤로 소리 없이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처럼 소멸하고 는 즐거웠던 하루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 이를 지켜볼수록 멈추지 못하는 소멸의 아쉬움은 지나간 시간을 더없이 그립게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인은 그 광경에서 인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해가 사라지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아침을 위한 하나의 의식일 뿐임을 깨달았고, 이로써 우리 삶이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죽음이란 것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한 의식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그날 코네티컷 강둑에서 지는 해와 노을을 바라보며 시인이 느꼈던 인생에 대한 사색의 결과물이 이 시라는 상상을 해봤다. 만일 시인이 느낀 인생에 대한 통찰이 진정으로 이토록 깊은 것이었다면, 또 그 생각이 인도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윤회나 전생에 대한 생각이었다면, 이 시는 세상 어떤 시보다도 깊고 풍부한 통찰의 산물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시를 번역했다.


다양한 색채로 화려하지만 짧기만 한 인생과 사라지는 것 같지만 새로운 삶 시작인 죽음을 생각하해 준 시. A slash of blue.


정말 아름다운 시다.



푸른빛 상처 —


에밀리 디킨슨


푸른빛 상처 —

회색의 승리 —

길 위에 놓인 진홍색 조각들,

저녁 하늘을 이루는 —

작은 보랏빛이 —

금빛 물결 일렁이는 —

루비색 바지 사이로 — 스미며 —

아침 하늘을 재촉하던 —

그날의 뚝방길.



A slash of Blue —


emily dickinson


A slash of Blue —

A sweep of Gray —

Some scarlet patches on the way,

Compose an Evening Sky —

A little purple — slipped between —

Some Ruby Trousers hurried on —

A Wave of Gold —

A Bank of Day —

This just makes out the Morning Sky.





작가의 이전글 밤은 천 개의 눈이 있으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