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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Jan 21. 2024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도

By Emily Dickinson

If your Nerve, deny you—


By Emily Dickinson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도—

용기를 넘어서야 해—

무덤에 기대질 수도 있어,

초월을 두려워한다면—


위인이 만든—

황동 무기를 쥔—

결코 굽히지 않는

한결같은 자세로—


영혼이 고뇌한다면—

육신을 들어내야 해—

그 겁쟁이가 원하는 것은—

산소뿐일 테니—




If your Nerve, deny you—


By Emily Dickinson


If your Nerve, deny you—

Go above your Nerve—

He can lean against the Grave,

If he fear to swerve—


That's a steady posture—

Never any bend

Held of those Brass arms—

Best Giant made—


If your Soul seesaw—

Lift the Flesh door—

The Poltroon wants Oxygen—

Nothing more—




이 시는 넷플릭스 영화 "와일드"에 인용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와일드"는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의 회고록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에 기반을 둔 장 마크 발레 감독의 2014년 영화로써, 개인적인 비극을 겪으면서 자포자기한 주인공이 일련의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자, 4,200km에 달하는 지옥 같은 트레킹 코스인 "태평양 크레스트 트레일(PCT)" 여행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의 죽음, 실패한 결혼, 그리고 마약 중독 등, 셰릴은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모험을 시작하지만, 경험이 없던 그녀에게는 처음 배낭을 메는 것부터 아주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겁 없이 출발한 모험은 처음부터 난관에 직면하지만, 낯선 사람의 도움으로 PCT의 시작점에 서게 되고, 그곳에 구비되어 있던 방명록 위에 영시 한 줄을 적어 넣습니다.


" If your Nerve, deny you—  Go above your Nerve— "


"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도—  용기를 넘어서야 해— "


영화에서는 이 시구를 "몸이 당신을 거부한다면, 몸을 초월해라"로 해석하고 있었는데, 영화의 줄거리에 비추어 볼 때 육체적 고통이 심할 것임이 자명했으므로, 영화의 주제나 의미를 고려한 아주 적절한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시작한 주인공의 모험은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을 번갈아 만나면서 때론 위기를 겪기도 하고 때론 위로를 받며 아슬아슬하게 진행됩니다. 그렇게 셰릴이 건너는 넓고 길들여지지 않 야생 그대로의 대지는, 예측 불가능하고 험난한 삶과 같이,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그녀의 긴 여정은 오리건에 있는 "신들의 다리"에 도착하면서 셰릴의 복잡한 표정과 함께 끝을 맺습니다.


다음은 영화 속 기억에 남는 구절인데, 영화의 주제와도 같은 내용입니다.  


"My mother used to say something that drove me nuts. There is a sunrise and a sunset every day, and you can choose to be there for it. You can put yourself in the way of beauty."


"어머니는 내가 미쳐버릴 만한 말을 하곤 하셨지. 매일 일출과 일몰이 있어, 네가 그 자리에 있을지 말지 그건 네 선택이야. 그 아름다운 걸 네가 선택할 수 있단 말이야."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나 의미를 찾는 일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서 할 수 있다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대목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셰릴의 엄마는 술 취한 남편에게 폭행당해 이혼한 채 어린 딸을 혼자 기르는 불안한 계약직 교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진짜 삶에 있어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와일드"의 메인 주제이기도 한, 에밀리 디킨슨의 "If your Nerve, deny you"는 우리 인간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는 시입니다.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와 그것을 뛰어넘는 용기 이상의 결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니다.


이 시는 수수께끼 같은 단어 사용과 과감한 생략으로 수많은 사람들각자의 방식으로 해석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사람들의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이 시의 해석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시를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재배열하고 해석하였습니다.


이 시 용기를 내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열쇠이므로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영혼의 외침을 따라서 용기를 초월한 용기를 내야만 하고, 세계 최고의 장인이 만든 황동 무기를 들고 전장에 선 투사의 굽히지 않는 마음처럼 세상에 똑바로 맞서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시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 마지막 스탠자가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빵을 굽고 요리를 취미처럼 했던 에밀리 디킨슨의 주방을 상상해 보고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스탠자는 삶의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고작 산소를 요구할 뿐인 육체의 가르침보다는 영혼의 가르침을 따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를 주방 저울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써, 저울의 양팔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벼운 것은 위로 올리는 모습을 본 시인이 육체의 가르침보다는 영혼의 가르침을 무겁게 여기고 따르라는 의미로 적은 것이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영혼은 이기적인 존재라서 항상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는 누군가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원소 중 하나인 산소를 육체가 원할 뿐인 하찮은 것으로 비하하면서까지, 용기 내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이 시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는 신경에 거슬리는 삶을 지속하기보다는 죽음에 기대는 것이 더욱 만족스럽다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는 평소 시인의 염세적이고 자조적인 표현에 비추어 볼 때 맞는 해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실제로 묘지 옆 주택에서 죽음과 밀접한 삶을 살아왔고, 어머니 아버지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삶의 끝엔 죽음이 기다린다는 진실을 항상 묵도해왔기 때문에, 비참한 삶을 연명하기보다는 행복한 죽음이 더 좋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신의 삶에 많은 집착을 하지도 않았고, 자기 자신을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고립시키면서까지 현생과 단절을 죽기 전까지 지속했었습니다.


이 시의 구조를 보면, 첫 번째 스탠자는 라임이 아주 좋습니다. 경쾌하면서도 강렬합니다

"Nerve", "Grave", "swerve"


시는 각각 4줄로 구성된 3가지 스탠자로 구성되어 있고, 1번과 3번은 ABCB 운율 체계이지만, 2번은 어떤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디킨슨은 이 시에서도 여느 때처럼 많은 대시를 사용했습니다.


이 대시의 사용에 대한 여러 의견 중에는 "강조의 의미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려는 것이다."라는 것도 있지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해석은 "할 많은 많으나 다하지 않고 대신 대시를 넣은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는 소심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시인의 성격이 그녀의 시 속에 그대로 반영된 탓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녀의 시를 볼 때마다 시인이 얼마나 까탈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였을지 상상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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