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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Aug 03. 2022

마음이 좀 불편해서요

물리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거리두기

 특별한 걱정 없이 마음이 가장 편안했을 때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 때였다.

복직 후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는 예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진통을 치르고 있는 중이고, 말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로 더더욱 힘에 부칠 때도 있다. 그 와중에 다행스러운 점은, 나 스스로가 전과는 다르게 꽤나 냉정하게 생각하는 법을 터득하여 일상에, 특히 업무와 관련된 영역에 적용 중이란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 시간 동안 지나친 오지랖이 문제였다는 반성이 든다. 뭐 그 자체가 '문제'로 발전된 경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 삶에 자양분이 되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요즘은, 주어진 업무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외에 불필요하게 소모적이었던 사내 메신저의 활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 원래 이게 맞는 거였지 하면서도 아직은 어색함 또한 느끼고 있으니, 업무 시간 동안 이어진 비효율적 환경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었구나 싶다. 문득 나의 이런 모습이 낯설다.




 사실 이러한 변화를 의도하고 실천을 하게 된 몇 가지 원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직장에서의 연차가 쌓여가면서 불필요하게 확장된 인간관계였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나쁘다고만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원치 않는 상황에서, 혹은 의미 없는 술자리에, 서 때로는 불필요했던 오지랖 때문에 확장된 모래성과 같은 인간관계가 다분히 쌓여갔고 그로 인한 피로도가 높아졌다. 다른 무엇보다 내게 주어진 업무시간을 이러한 인간관계로 인해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던 것은 내게 치명적이었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대화로 채워지는 관계는 더더욱 아니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불편함은 커져만 갔다.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환경에 있을수록 이 점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업무 영역의 교집합이 크고, 조직의 성격상 Speed-up Execution을 중시하는 분위기라면 이런 관계에 대한 진중한 고찰의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다소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대게 이러한 관계에 현타가 오는 시점은 반드시 있다. 내가 기대한 그림이 아닌, 날 돋친 불쾌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가 말이다. 작고 사소한 이유로 반추하게 되는 나의 인간관계는 오랜 시간 동안 불필요하게 확장되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오해와 상처, 고민과 스트레스로 나를 지치게 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돌보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무의미한 관계가 남긴 잔존물은 나를 더욱 찝찝하게 만들었다.


 누구의 탓도 아닌 나의 탓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러한 관계를 강요하지 않았으니 나의 선택에 기인한 당연한 결과였다. 시간이 지나 불편한 마음으로 지낼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깨닫게 되었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히기도 했던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정리를 시작했다. 업무적으로 피할 수 없는 어떤 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내기로 했고, 일부는 왕래가 없던 처음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그러니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삶의 밀도가 높아졌으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업무에 효율이 생기고 그 효율은 여유를 선물했다. 시간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여유 모두를.




살면서 무언가를 걷어내는 선택을 해야  때가 있다.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내 마음이 불편한 일은 굳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연을 맺을 만큼 내 마음이 하찮은 건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아끼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늘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갑갑하고 불편한 내 마음은 언제나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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