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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Aug 02. 2022

가장 먼저 하는 일

하루의 시작을 여는 작은 성취

 새벽에 일어나면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새벽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기록하거나, 달리러 나간다. 예전과 비교하면 취침시간이 늦어진 탓에 새벽 기상도 조금 늦어졌다. 그렇다 해도 5 반에는 눈을 뜨니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감사할 때가 많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가장 경계하고 반드시 지키자 다짐했던   하나였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


사실 이것만 잘 지켜진다면 나의 하루는 꽤나 규칙적이고 체계적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고 실로 그러했다. 새벽에 눈을 뜨면 가볍게 세수를 하고 유산균 한포와 물 한 컵을 마신 다음, 가볍게 옷을 입고 달리러 나간다. 연초에 비하면 8kg 정도 감량했으나 아직은 과체중이기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가량 걷고 뛰고를 반복하며 있는 대로 땀을 뺀다. 돌아오는 길에 수분 보충을 위한 음료를 사서 손에 들고 나오는 리츄얼까지 마치면 오늘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만끽한다.




 오늘도 그러했다. 사실 이런 날이 제일 고민스러운데, 비가 오다 말고 오다 마는 이런 날. 못 맞을 정도의 비는 또 아닌데, 이러다 빗줄기가 굵어질 수도 있는 태풍 주간의 새벽은 가급적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나는 '어떻게 입고 달리는 게 오늘의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까'에 집중한다. 그리고 원하는 러닝화를 고르고(그래 봤자 두 켤레뿐이라, 우중런에 종종 신었던 놈을 선택한다) 일단 나간다. 그날그날 남겨두고 싶은 모습을 찍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를 들고 가야 하는데, 달리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이 또한 짐이고 거추장스럽다. 10km 이상의 장거리를 뛰는 날에는 챙겨가지만, 새벽에 3~5km 정도의 거리는 GPS워치 하나면 충분하다. 마스크 한 장을 반으로 접어 그 사이에 체크카드나 지역화폐를 넣어 주머니에 빠지지 않게 잘 넣으면 이걸로 준비는 끝.



 스트레칭과 걷기로 몸을 좀 풀어주고 천천히 달린다. 아직은 무릎과 허벅지가 적당히 풀리지 않았기에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달려본다. 그렇게 1km가 넘어가면 조금씩 속도를 내보기 시작하고 그에 걸맞게 땀도 흥건해진다. 땀 때문에 기능성 티셔츠는 내 몸에 밀착되고, 나는 더욱 복부에 긴장감을 준다. 이 순간, 달리기 뿐만 아니라 내 몸을 더 슬림하고 날렵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달리기를 꾸준히 해오시며 웨이트까지 하시는 분들이 땀을 내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티셔츠 뒤에 감추어둔 선명한 가슴 근육과 복근이 드러나는 데 내 눈엔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이따금씩 마주치는 구면의 러너분들과 엄지척으로 인사를 하는 순간 또한 내게는 소중한 찰나이다. 일면식 없는 분들과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그저 같은 운동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행위는 지칠 대로 달리다가 마시는 한 모금의 냉수만큼이나 활력이 된다.




 그렇게 달리기를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 길, 이른 출근을 하는 분들이 버스로 지하철로 향해간다. 재택근무 위주로 돌아가는 이커머스 조직에 몸 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와 시원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물을 1리터쯤 마신다. 책상에 앉아 오늘의 달리기를 기록하고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며, 무겁던 나의 마음과 스트레스가 많이 녹아져 있음을 느낀다. 때로는 증발되기도 때로는 희석되기도 하며 그 흔적이 희미해진다. 그리고 이내 지금 해야 하는 일, 성취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말끔해진 몸과 마음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달리기를 한 이후 반복적으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무겁고 어두웠던 뇌를 말끔히 씻어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생각과 마음의 찌꺼기들이 많은 부분 정리가 된다. 이게 엄청난 효과이다.

짧은 시간 15~20분 정도를 달리면서 얻게 되는 효능감은, 이 작은 성취로 인해 컨디션부터 마인드까지 정비가 된다는 것이고 나는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채운 채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작은 성취는, 나의 하루를 지배하고 머지않아 나의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숨과 나의 페이스대로, 온전히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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