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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Oct 04. 2022

부정의 실패

어려움을 편하게 대하면 태도와 결과가 변한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진정 '나' 다운 인생을 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면서부터, 그간 나를 돌보지 않고 불필요한 주위의 소음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상처 입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픔에 대한 인지를 통해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바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너덜 해진 나를 달래주고 싶었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런 나 자신을, 공허한 시기를 잘 참고 지나온 나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면의 목소리에 차분하게 귀를 기울였고,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나의 몸도 움직일 수 있도록 '내면의 솔직함'에 거부감 없이 반응하는 연습을 지속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시선과 삶의 흐름에 매 순간 비중 있게 자리 잡았던 지인들의 평가는 단순하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습에 공들이는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여 나다운 뻔뻔함(혹은 당당함) 또한 늘어나, 기대했던 나의 자리에 생각보다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불안함과 두려움이 그렇다고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씩 새벽 두세 시가 되어 눈이 떠질 때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꺼풀은 무거운데 잠을 잘 수 없어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을 때 내 주위에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감싸고 있었다. 한동안 난 그것을 온 힘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두려움은 내 의식 대부분을 잠식해왔고, 나는 이 올가미를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나의 솔루션은, 내용이 무엇이건 '부정'의 깊이가 상당한 생각 혹은 불안이 스며들 때, 애써 이런 기분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소한 노력에 초점을 두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자기 암시라고 하는 것도 이 방법의 일부일 수 있겠다. 현재 나의 상황과 현실이 어렵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내가 충분히 노력하고 그에 따라 개선되며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생각을 조금씩 바꿔가며 행동에 초점을 두고 어려운 환경에 대한 인지의 범위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막연한 긍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개선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행위는 현실감과 이성 그리고 희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게 해 준다. 다른 종류의 불안이 커진다고 해도, 이런 사고의 메커니즘을 거치는 것은 밝은 에너지의 보전과 발현을 돕기 때문에 성장형 사고방식의 형성에도 많은 이로움이 있다. 시간은 흐르고 상처는 아물며 나의 경험은 더욱 영근다. 


이런 태도의 누적이, 나를 더디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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