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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Nov 08. 2022

정성스럽게, 아주 천천히

 아침을 여는 나만의 달리기는 '느림'이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늦가을 바람과 찬 공기, 아침의 햇살을 그대로 받아내기 위해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달려본다.

시작은 그러했으나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빨라지기 시작한다. 대게 지나치는 사람을 의식한다거나 같은 시간대에 종종 마주치는 분들을 보는 순간이다. 그렇게 한동안 빠르게 달려보다 숨이 차면 멈추고 싶고 걷고 싶어 진다. 그래서 멈춰봤더니 다시 달리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땀은 흥건하고 몸은 한껏 풀렸는데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잠시의 달콤했던 몇 걸음은 나의 관성에 제동을 걸고 달리고자 하는 마음은 그 대가를 치른다.



 느리게, 가능한 느리게 하지만 꾸준히 달렸다면 그 관성으로 더 뛰어볼 수 있었을 건데 역시 자연의 법칙은 옳았다. 나의 삶도, 달리기도 그러하다. 달리며 깨닫는 삶의 지혜다. 터질 것 같은 허벅지는 내게 근육이 되어주고 에너지의 저장소이자 발전소가 되어준다.

욕심은 접어두고 오래 달릴 수 있는 나만의, 오직 나만의 속도로 멈추지 않고 동일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달리다 보면 늘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던 나의 실력도 나아지는 때는 반드시 온다.



 가끔 빠르게 지나치는 러너를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도 많았다.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하다. 누가 뭐래도 난 나만의 달리기를 해야 한다. 달리기는 정직하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달려본 만큼의 실력만을 내게 준다. 성장을 원한다면 더더욱 내 몸이 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무리하지 않으며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달리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정답이다.



 정성스러움, 별것 아닌 뜀박질에도 정성이 필요하고 그 정성은 느림의 호흡으로 서서히 이루어짐을 깨닫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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