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story May 16. 2024

해고통보의 아침

가장 어렵지만 가장 잘 해내야 하는 리더의 일

 내게 어제의 휴일은 근래에 가장 쉽지 않았던 하루였다.


장기적으로 조직과 함께 가기 어려운 이에 대해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CEO의 의견으로 아침 9시 미팅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미팅에서 난 조직장으로서의 생각을 밝혔고 다음 달까지 지켜보고 기회를 주자는 의견을 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번주의 성과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믿음을 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것과, 성과를 내고 그것이 매출로 연결이 되고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사이에는 꽤나 큰 공간이 있다. 잠재력이라는 핑계로 현실에서의 평가를 대체할 수 없고, 조금 더 시간을 주자는 읍소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을 그때까지만 '포기'하자는 말도 안 되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떤 마무리를 할 것인가 이다.


인사에서의 아름다운 이별은 양쪽에 모두 어려운 일이다.

20년 가까지 조직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간 나의 품에 있던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던 기억은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은 단편이다.



언제나처럼 난 또 내게 주어진 일들을 수행할 것이고 다음을 준비할 것이다. 비 온 뒤 맑아진 관악산과 산허리에 걸려있는 구름은 내게 평온함을 기대하는 듯하나 한 사람의 커리어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난, 출근길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성의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