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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Jul 18. 2024

퇴사한 은행원은 은행이 그리울까

비 내리는 오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꽤 오랜 시간 근무했던 지점이 집 근처이다 보니 자주 그곳을 지나치게 됐었습니다. 이사 전까지는 빈도가 더 잦았는데, 사는 곳이 바뀐 후로는 은행업무를 해야 할 때가 아니면 갈 일이 별로 없었죠. 그러다 가끔씩은 생각납니다. 그때의 내 모습과 사람들, 당시의 생각 그리고 일. 



일은 매일이 반복이었고 좋은 사람들이 늘 함께 일했고 새로운 기업고객을 맞는 일도 영업이란 것을 배우기에 알맞은 환경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7시 전에 출근해서, 그날 해야 할 대출연장/재약정/신규 건들을 확인하고 오후 4시까지는 내점고객에 대한 응대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셔터가 내려가면 남은 업무들을 처리하고 마감이란 것을 했고, 대략 저녁 6-7시 즈음부터 기업창구의 주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밤 11시 전후해서 대략 마무리가 되면 길 건너 생맥주 집에 가거나 순대볶음, 감자탕 집으로 가서 소주 한잔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대게 이런 일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기억에서 지워진 지 오래지만, 좋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들도 있죠. 종종 지난 은행원시절의 이야기들을 안주삼아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실 이때의 기억보단, 은행을 퇴사하고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저에겐 더 강렬했어요. 

어쩌면 저는 은행을 퇴사한 이후에, 은행 생각을 더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걱정이 많았던 거죠. '과연 잘한 선택일까?' '내가 나온 뒤로 은행의 환경이 더 좋게 변화하진 않을까?'와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하루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날도 많았습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하고, 그래도 은행 배지를 달고 다니던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였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에 우울감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점은, 당시 돌이 갓 지난 딸아이를 보며 현실에 집중하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고 그 몰입은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습니다. 모두 다 읊어댈 수 없는 좌절과 모멸의 시기에도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집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으려 애썼어요 그 덕분에 2016년도 5월에 퇴사했을 당시 7,200만 원의 연봉은 2022년 12월 2억 3천8백만 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힘들었던 시간들에 비해 운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좋은 시기에 은행을 퇴사했고 치열했던 30대를 보낸 후 이제 마흔 중반이 되었습니다. 



가끔 지나치는 은행은, 예전과 다르게 리모델링도 하고 외관도 세련되게 바뀌었습니다. 추억이 그립다는 생각이 스며들지도 않게 바쁜 시간들을 보냈고 덕분에 잘 살아왔어요. 그때의 나의 안정감과는 다른 가치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 감사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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