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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Aug 20. 2024

우리의 뜨거웠던 여름은 그렇게 지나간다

어떤 다음을 맞이할 것인가

가장 불행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처서를 앞두고 여름날을 보내며 문득 지난 시간들 가운데 어떤 순간이 내게 불행했던가에 대한 생각들을 해봤습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고, 우리들의 하루는 행복함과 고단함이 교차되고 채워질 텐데 불행하고 힘든 순간들을 피해 갈 수 있거나 그 크기를 줄여볼 수 있다면 그런 노력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저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쓸수록 저는 더 불행해졌더라고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이라 한다면, 나의 외연을 치장하는 것에서부터 직장의 네임밸류, 직위, 연봉 등등. 이것이 곧 나라는 착각에 꽤나 오래 빠져있기도 했었고 그것이 나의 자존감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라 믿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흔들리거나 훼손된다고 생각될 때 무너져내리기도 했었죠. 그러면서도 그런 패턴을 한동안 반복했던 거죠. 어쩌면 지금도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닌 척하려 해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봄날의 따뜻함이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으로 강도를 높여가고 이내 가을바람을 기다리고 온몸으로 겨울을 맞이하듯, 시간의 순연에 우리도 여물어갑니다. 행복과 불행을 반복하면서 말이죠. 자연의 이치라고 하더라도 더위를 피하고 한기에 대비하듯 우리는 우리의 불행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더 집중하면서 말이죠. 오늘 주어진 이 시간 속에서도 여러 번 자신을 찾아가는 분투의 과정을 경험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외부의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 나의 생각을 견고하게 유지시키기도 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여름밤의 재즈에 머리와 가슴을 식혀가며 지나 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죠. 차분해진 생각 끝에 발견하게 된 순수한 모습의 자신은 많이 지쳐있습니다. 그럭저럭 살아지는 대로 흘러왔고 내가 정의하는 수준의 최선을 다했을 건데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나는 열심히 잘 살아온 것 같은데 말이죠.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불행을 키워왔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주 정성을 다해서요. 

행복의 기준이 되어야 할 자신의 목소리는 많은 경우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외적 조건들에 묻히게 되고 일시적 만족감이 항구적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살게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그렇게 보내기도 하죠. 삶의 다양한 기준과 방식이 있기에 정답은 없겠으나 저는 그런 삶을 기대하진 않아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자신에게 하는 얘기들을 더 잘 들어보려 하죠. 시간과 고요함이 필요한 이 작업을 꾸준히 지속한다면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다 보면 그 안에서의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런 아이디어들을 통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떠오르기도 하죠. 때론 그런 직감과 영감이 인도하는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머릿속에 가득한 고민과 걱정들 때문에) 창의적인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찾아가는 시간을 말이죠.




뜨거웠던 우리들의 여름이 지나갑니다.

기대와 후회와 감사함과 아쉬움들이 뒤섞인 채로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들을 다독이며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나로 살기 위해 바둥거렸던 시간들을 있는 힘껏 안아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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