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비구름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빠르게 밤이 되어 갑니다.
제법 여름의 티가 나고, 점심 지나서까지 선풍기로 버텨보다 점점 다운되는 컨디션에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어요. 26도로 맞춰 돌려도 제법 시원해집니다. 거실 테이블에 앉아 아이들은 책을 보고 저는 또 8월 한주를 마무리하는 기록을 합니다. 6월 말경 잡아 둔 3분기의 목표, 특히 7월의 목표 중 이미 초과 달성을 한 달리기(100km가 목표였으나 107.61km를 달성함)도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인 브런치 글쓰기도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쌓여가는 하루가 온전히 나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제가 갈구하는 무언가에 대한 확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주 한 팀원이 저에게 묻더라고요. 일에 있어서도 가정에 있어서도 개인의 영역에서도 그만큼을 이뤄가며 사는 저에게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느냐고요.
제가 그랬습니다. 성장과 성공에 대한 갈망과 스스로와 가족이 평안해지는 삶 모두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은 환갑이 지나서도 커리어와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할 거라고요. 그리고 저는 이러한 삶이 불행하거나 절망적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늘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은 나아지길 바라고, 내일은 또 오늘보다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날들이길 바랄 테니까요. 그럼에도 한 주의 마무리를 하는 지금, 저는 조금만 게을러지고 싶어 집니다.
매일 빠르게 잠자리에 드는 저 같은 사람들은 일주일의 마무리도 빠르죠. 잠시 눈을 감고 다음 한 주를 그려봅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들, 사람들과의 대화, 우리가 마시는 커피, 다가 올 어려운 일들, 풀어야 하는 숙제,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의 균형점 유지, 새롭게 예정되어 있는 만남들. 이 모든 것들을 떠올려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음의 설계를 진행합니다. 그 와중에 새벽 달리기, 주말 트레일 러닝, 출퇴근 독서와 글쓰기, 새로운 사업의 구상 또한 빼먹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들 리스트에 배치해 둡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벽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나를 좀 더 강하게 만드는 일에 몰입하며, 업무 외 불필요하게 이어질 사적인 자리는 최대한 피하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게을러지려 하는 영역은 나의 주변부에 관한 것들이네요. 그리고 앞으로 좀 더 똑똑하게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고 나의 삶을 단순화하는데 주의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비생산적인 활동에 대해선 최대한 게을러져야 제가 집중해야 하는 곳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겠죠.
내가 생각하는 호흡과 보폭으로 기분 좋은 길을 더 나은 기분으로 걷게 되길, 조금은 느슨한 모습으로 주어진 시간이 주는 축복과 영광을 부족함 없이 누리고 한동안은 그 감정에 취해 스스로의 내일에 대해 게을렀던 시간들에 미안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빠르게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내게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