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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periencer Aug 18. 2024

게으른 내가 잘되기 위해서

나는 얼마만큼 성실한 사람이었나

 남은 2024년 내 한 가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내가 꾸준히 삶을 즐기며 사람과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작은 과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회차별로 진행될 콘텐츠(대부분이 글이겠으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주도권을 갖는 삶을 꾸리기 위한 시간적 자유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내가 원하는 때에 시간을 낼 수 있고 이 선택이 자기 의지로 가능한 '환경'에 있는 것이 제가 정의하는 성공의 모습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물론 이 시간의 자유라 함은, 주어진 모든 시간을 휴식하는 것처럼 보낸다의 의미가 아닌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이 효율성에 기반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 오전 시간대 효율이 좋고 업무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유형은 오전에 2-3시간 정도 업무에 집중하는 거죠. 결국 이는 오너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 직장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근무형태이긴 합니다. 또한 생산적인 창조활동이 끝나면 내가 원하는 곳에 시간을 제 선택에 의해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육아, 운동, 가사, 학업, 독서, 취미활동 등 내게 주어진 24/7을 스스로 설계하는 삶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은행원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는 것이 없었으니 열심히가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었고 빠르게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죠. 2016년 퇴사하기 전까지 '왜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믿었고 그런 얘기들을 들으며 살아왔기 때문이었죠. 유달리 재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고 평범하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투입하는 에너지와 산출되는 결과물은 합리적으로 비례할 것이라 여겼던 인생이 늘 그러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두어 차례의 이직을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고 경험하며 다양한 조직에서 많은 일들을 좀 더 영리하게 잘하려 노력했습니다. 어떤 경우는 적은 시간이지만 몰입의 강도를 높인 업무의 성과가, 오랜 시간 투자하여 진행했던 업무의 결과를 앞도하기도 했고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들을 지속해서 겪다 보니 커리어의 Fast Track 이 결코 불가능한 얘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게으른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편타당하고 생각되는 업무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위치였을 때 정말 고역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 그래서 제가 집중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비워내기'인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과 생각에 대해 사족과 같은 영역에 있는 것들을 미련 없이 떼어놓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워내기를 통해 확보된 시간과 공간은 다른 것으로 채우기보다 비움의 상태로 두고 있어요. 상황상황에 따라, 그리고 직관적으로 제가 필요한 것을 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둡니다. 그러고 보니 분단위로 계획하여 바인더를 작성하던 습관도 내려둔 지 3개월이 지나갑니다. 빼곡했던 TO DO LIST 대신 아침에 해야 할 일(러닝) 한 가지, 업무 시간 중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 퇴근 이후에 해야 하는 것 한 가지(독서)를 정하여 나의 생산성을 도울 수 있는 것에만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촌각을 다투며 에너자이저처럼 살아가는 분들의 입장에선, 또 치열한 분투를 통해 성공한 위치에 이른 분들의 생각으론 절대 이룰 수 없는 한가한 잡소리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빠르게 내달리는 시간보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시간이 앞으로의 삶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임이 분명하고, 이 시간을 배제한 채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진인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 순간 성실했다고 자부할 수 없고 지금 역시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한두 가지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내려두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의 이룸은 현명한 폐기를 선택했기 때문이고, 생산적인 시간에 더 몰입하기 위해 노력한 패턴을 잘 유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공식들을 구체화하고 단계별로 정리해 보면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도 더 좋은 성과들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행복한 기대가 생깁니다. 희망적인 시간을 얻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다 내어주는 삶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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