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를 보내고 하반기를 준비할 무렵 앞으로의 개인적 미션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월말에 이런 회고성 생각들을 정리하려 하는 편인데, 마음에 불편한 것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돈을 더 잘 벌게 되는 상황이 될수록 저의 시간은 더더욱 부족해졌고 같은 공간에 머무르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가족에게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었죠.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모두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 역시도 그런 시간들을 위해 단계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은 고통을 수반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데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수록 숙고의 빈도와 강도가 약해지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런 삶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태도겠죠. 문제의식을 느끼고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일수록 이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인생이라고 여겨지게 될 테니까요. 그간의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는 주어진 역할과 업무에 대해 성실히 임하는 것과는 별개로 봐야 하는데요, 오늘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몰입하고 충실하며 완수하면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개인적인 사색의 시간을 내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양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업무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상대적인 개념이 될 텐데 저는 하루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면 나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설계할 수 있을만한 양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하루로 정리될 주제는 아니고 이런 시간을 계속해서 쌓아가는 것이죠.
연봉 1억이든 2억이든 혹은 그 이상의 수준이든 자기 삶의 만족을 담보해주지 못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삶의 무게중심이 우리 내면에 안정하게 있지 않을 때 우리가 느끼게 되는 고통과 지루함이 '인간 행복의 두 적'이라고 지적했었죠. 연봉은 우리의 내면과는 관련이 없는 외적 요인이자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것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가장 값진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게 되는 반대급부인 거죠. 여기에 두는 비중을 높여가게 되면 일순간 느껴지는 공허함으로 힘들어집니다. 영화 <소울>에서 잠시 등장한 헤지펀드 매니저처럼요. 나의 인생을 살아가기에 족한 수준의 돈을 벌고 외적인 것을 비우고 내적인 가치를 채우는 행동들을 통해 충분히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직업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 안부가 일반적이 될 그 시간을 기다려보는 마음이 꽤나 편안해집니다. 연봉으로 해결되지 않는 우리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기 위한 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