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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2화 "나의 운전면허 준비과정(이동권)" / 하단 사진 추가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두 번째 시간이네요.

오늘은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내용으로 운전면허를 준비했던 과정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속한 자폐성 장애는 대한민국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할까요?


정답은 가능하긴 합니다. 도로교통법 [시행 2024. 1. 1.] [법률 제19357호, 2023. 4. 18., 일부개정] 제82조 제1항 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발육지연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해당 분야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단어는 나오진 않지요.


공통 자격조건에 맞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는데요. 운전과 관련한 의사 소견 내용에서 운전 가능하다고 표기되어야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할 수 있고, 운전면허 취득 자격도 주어집니다. 참고로, 제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제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5년 정도 되었네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부분이 커서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초등학생 때부터 있었어요. 타카라토미에서 나온 미니카인 토미카(TOMICA)를 가지고 놀면서 주로 월간 자동차생활과 카비전(2024년 현재 발행 중단) 봤지요. 이외에도 니드포스피드, 테스트드라이브, 그란투리스모와 같은 여러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할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7월에 충북대병원에서 자폐성 장애 판정을 받았는데요. 당시에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자폐성·지적)이 운전할 수 없다는 편견과 운전하는 부분이 부정적인 경우가 지금보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운전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었는데요.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국내에서 당사자가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하는 내용이 언급된 것은 2021년 12월 한국일보의 한 기사를 통해서였는데요. 바로 유튜브 채널 '보무리'의 유지훈 씨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음에도 병원에서 소견서를 잘 안 써줬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결국 운전이 가능하다는 소견서를 써줘서 마침내 ‘면허 취득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학원을 등록하는 것과 필기는 어렵지 않았기에 비교적 빠르게 진행했어요. 하지만 1종 보통으로 기능시험을 준비할 당시엔 어려움을 겪었지요. 왜냐하면, 수동변속기와 클러치 조작이 생각보다 다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차할 때 생각보다 시동을 자주 꺼뜨려 아찔한 경험들도 있었지요. 그래서 결국 사고를 막고 빠른 면허 취득을 위해 2종 보통 자동으로 바꾸는 것으로 결정한 후 실기를 준비했습니다.이후 기어 조작과 클러치 조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요. 기능시험과 도로 주행시험 준비가 더욱 원활하여 기능시험과 주행시험도 사고 없이 무사히 합격했지요.


하지만 꼭 좋았던 부분만 있었던 것만도 아니었답니다. 나중에 구직활동을 해보니 1종 보통 면허를 더욱 우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결국 더 나은 취업을 위해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2016년 초가을에 1종 면허 취득을 준비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본가에서 이용하던 차량(5단 수동변속기 적용)인 SUV 차량을 가지고 도로주행과 클러치, 변속기 조작하는 법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1종 보통 주행시험을 봤었는데요. 교통량, 신호등, 횡단보도가 문경보다 훨씬 많은 편이어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많았습니다.여러 환경이 많이 바뀌다 보니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어요. 결국 클러치랑 기어를 조작하는 부분과 신호대기 중에 시동을 몇 차례 꺼뜨리는 실수가 연이어 나오는 바람에 실격되고 말았지요. 그나마 사고가 나지 않았던 부분은 불행 중에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연습면허를 발급받은 후에 겪었던 에피소드 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청주 목련공원 진입도로를 지나갈 때의 일입니다. 희미하게 차선이 보였던 커브 구간에서 순간 나도 모르게 놀라서 중앙선을 잠시 넘어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핸들을 과대 조작하지 않아 사고를 면했네요.


두 번째로 공군사관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거의 빨간 불로 들어왔을 때 보은 방면 국도를 진입한 적이 한 차례 있었습니다. 이때 제가 운전한 차량을 보고 경찰이 세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놀라기도 했고, 연습면허가 취소될까 봐 걱정했지요. 다행히 경찰에서 저의 연습면허를 보고는 다음엔 조심해 달라는 이야기를 한 후 저를 보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연습은 계속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이후 주행시험을 청주운전면허시험장에서 봤었는데요. 비교적 교통량이 적었고, 난이도도 그동안 했던 곳들과 대체로 비슷한 편이라 한 번에 합격할 줄 알았죠. 그러나 기대했던 주행시험에서 떨어져서 잠시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재도전한 끝에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면허를 취득 시 장점이요? 이동의 자유가 많아지니 각종 기회가 많아지고, 사회활동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이동 시간이 단축되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서 삶의 여유가 많아졌고요. 그리고 대중교통보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거의 없으므로 삶의 질도 좋아지더군요. 본가인 경북 문경으로 이동할 때나 각 지역으로 이동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차편이 적거나 배차 간격이 20분 이상 되는 지역이나 중소도시에서 효과가 크지요.


장애인 운전지원 센터가 생긴 후 면허를 취득(1종도 있음)한 자폐성 장애인이 많아진 것은 좋은 일이죠.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멉니다. (2023년 12월 기준)장애인 운전지원센터가 전국 운전면허시험장 13곳으로 확대되었으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많아요. 게다가 지역사회의 장애인 운전 재활이나 운전 교육을 위한 기관은 많아도 연결이 미흡한 점이 많은 부분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앞으로 직접 운전하는 장애인이 많아져서 여러 가지로 사회참여를 비롯한 삶의 질 및 여유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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