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토리가드닝 모음집]

복지단상① - 조직 및 현장에서 나를 나답게 만든 에피소드(3편)

위 모음집은 필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하는 6명의 사회복지사들이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참여한 챌린지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4가지 주제와 관련하여 주1회 올린 글들을 2~3편씩 나눠 올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피드백이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복지단상] - 복지현장에서 종사자로서 느낀 개인적 성찰 혹은 경험담 공유
[복지이슈] - 최근 거론되고 있는 복지계 이슈와 관련한 자유로운 생각나눔
[복지수다] - '만약에 OOO이었다면?'라는 식으로 역발상 형태로 가정
[자유주제] - 사회복지 외 다른 주제 선택




"사회복지조직 또는 실천현장에서 나를 나답게 만든 에피소드(경험)이 있다면?"


[필명: 조선생(사회복지 7년차)]


무수히 많지만 저는 3년차때로 기억합니다. 첫 직장 퇴사를 앞두고 있었던 때였죠. 당시 기획홍보 업무를 담당하다 몸과 모임이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었습니다.


"선생님 어디계세요? 오늘 나오세요?"


인수인계차 오후 출근을 하던 중에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곧 도착한다고 얘기했더니 복지관 1층 식당에서 기다려달라고 하는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어 살짝 불안한 마음 안고 식당으로 향했죠.


그렇게 도착 후 당사자분과 대면하니 저한테 "선생님 이거"라며 수줍게 종이 한 장을 내미는 것이 아닙니까. 뭔가 싶어 봤더니 롤링페이퍼더라고요. 그때 당시 기획홍보 업무를 맡기 전 성인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업무를 2년간 맡아왔었어요.


그때 인연이 되어 알게 된 당사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제게 응원과 격려의 메세지를 빼곡히 적었고요. 너무 고맙고 울컥한 마음에 한참을 자리에서서 롤링페이퍼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떠나지만 내가 헛되게 복지하진 않았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요.



[필명: 봄날(사회복지 24년차)]


낮에는 복지관 보호작업장에 출·퇴근하며 거주시설에서 지내는 한 남자 지적장애(다운증후군)인 이용자가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한00씨. 춤도 잘 추고 성실하게 살았던 순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를 절뚝거리며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여 대학병원에 까지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경추 1,2번에 문제가 생겨 곧 걸을 수 없게 되어 누워서만 지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진단 및 소견을 듣습니다.


이후 그 분은 걷지 못하고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술을 위하여 입원하게 되서부터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간병까지 했고요. 한번은 시트를 갈거나 검사를 위하여 이동침대로 옮겨야 할 때였습니다. 간호사들이 제게 머리 쪽 시트를 잡으라 하는 거 있죠? 이 분이 체중이 80kg가 넘는 거구라 쩔쩔매다 겨우 힘을 쓰고는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술 후에는 어린아이가 되어 낮이나 밤이나 "돌아~ 돌아~" 합니다. 어떤 말이냐고요? 병동 복도를 돌아달라는 말입니다. 사정을 알기에 짠한 마음도 들지만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복적으로 "돌아~ 돌아~"라고 말하는 그분에게 야속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후 머리에 핀을 박아 크라운을 쓴 상태로 퇴원하게 되었고 쭉 시설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입원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체위변경도 해주고 핀 박은 부위에 매일 소독도 했습니다. 친했던 동료 이용자가 그분에게 물도 챙겨다주기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상태는 호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1:1로 지원할 인력도 부족하여 인근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재입원 후에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문병을 가 동료 이용자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휴대폰으로 보여주면 미소를 지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입으로 음식섭취를 못하다 보니 체중은 점점 줄었고 투병한지 채 몇 년도 안되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돌아~ 돌아~" 할 때 야속한 감정을 가졌던 제 마음이 얼마나 그 분게 미안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장례식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때 더 많이 병동 복도를 돌아 줄 걸…’ .‘싫은 내색 하지 말걸…’. 무연고 장애인으로 시설에서 살다 결국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한00씨, 지금은 아프지 않고 예전처럼 무대에서 춤추는 실력을 뽐내고 있겠죠?


[필명: 파랑이(사회복지 25년차)]


"내가 왜 이일을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가끔씩 잊고 일할 때가 많다. 복지현장 안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바쁜 일과에 묻혀 간혹 초심을 잊기도 한다. 다시 말하여 일을 시작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는 뜻이다.


처음 입사했던 아동시설에서의 일상이 문득 떠오른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가 여러 사정으로 힘들게 초등학교를 입학하였다. 분명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텐데도 예쁘게 커가는 아이의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떠올리면 지금도 내 머릿속을 스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가 졸업 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하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나도 사회 초년생이라서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를 몰랐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도 함께했던 동료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아이를 위한 도전과 변화의 제안들을 조심스럽게 얘기했었다.


나의 열정과 에너지로 아이들을 위하여 헌신했던 때도 생생하다. 그렇게 현장에서의 경험을 이어왔지만 시대는 변화하고 사회복지사가 대중적으로 직업으로 인식되 가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다. 다양한 복지 현장 속 ‘나’와 우리 종사자들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면서 달라진 조직 문화 현상을 되돌아본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