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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회복지사입니다만?

문학소년에서 예비 사회복지사로, 울면서 다짐하다(2)

코로나19가 다시 성행한다고 한다.

다시금 팬데믹 상황이 발생하는 건 아닌지 몰라.


나야 답답하지만 늘 마스크 쓰고 다니는지라..그래도 조심 안 할 순 없더라고. 만약 재직 중이었으면 관련하여 가이드를 만들든 관리를 하든 뭐라도 했을거야. 유행에 민감한 곳이기도 하니까. 건강이나 위생은 내가 신경써야지 누가 대신 해주지 않잖아. 조심하자, 꺼진 불도 다시 보듯.




꼬깃꼬깃한 쌈짓돈 1,000원


시선을 마주치려하지 않는 어르신. 낯선 이의 도움을 거절하려는 듯 연신 몸을 바쁘게 움직이신다. 나는 쭈뼛쭈뼛, 말도 제대로 못 건채 연신 서있기만 했지.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어르신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드디어 첫 마디를 내뱉었다.


그런데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거였다. 이윽고 바닥에 널부러진 작은 박스를 집었는데 "휙" 뺐듯이 자기 쪽으로 당겨오는 어르신. 당황스러웠다. 나의 섣부른 이타심이 어르신의 자존심을 건드린건 아닌가 싶었고. '괜히 나섰나?'싶은 생각에 돌아서려는 찰나, 마무리는 지어야겠다 싶어 이내 어르신께로 관심을 돌리니


"아저씨 왜 그래요. 놔둬 놔둬."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었지만 큰 키와 덩치로 보면 오해할만 했다. 위협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었겠지. 허나 어르신과의 첫 만남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불편함과 어색함이 공존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조용히,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수업시간에 그 날을 떠올리며 한참을 생각해봤다. 이때까지 누군가를 돕겠다는 이타심이나 배려보다는 '감히 나의 호의를 무시해?'라는 건방짐으로 가득찼거든. 시간이 지나자 '맞아, 내가 어르신에게 여쭤보지도 않고 무작정 들이대긴 했어'라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되더라. 이후에도 몇 번 어르신의 그림자가 집 근처에 아른거렸으나 애써 무시하고 집으로 바로 들어갔다.


매번 오시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더 걱정되었다. 연로하시니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한 그때 당시 나의 행동에 대한 변명아닌 설명이라도, 불편함을 드렸다면 용서라도 구하고 싶어 타이밍만을 잡고 있었다. 그 타이밍은 생각보다 쉽게 오진 않았지만.


날씨가 조금 쌀쌀해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저절로 움직인 "타이밍"은 어르신과의 딱딱한 관계를 느슨하게 풀게 해주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왠지 어르신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 컸나봐. 마침 어르신도 그런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박스를 줍도록 내버려 두는게 아닌가. 정말 자연스럽게 어르신과 한 두마디, 한 두번의 눈맞춤으로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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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년에서 예비 사회복지사로, 울면서 다짐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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