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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분노거래소"

#3 - R3: 첫 만남, 중개인, 분노거래소

『미스터 마, 마 씨라고 편하게 부르면 되려나. 그런데 자꾸 손으로 뭘 만지작거리지?
   가만있어 보자‥ 마치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 말이야.』




굵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맴돈다. 


목소리에 놀란 나머지 한동안 멍하니 어두운 복도만을 응시하다 천천히 시선을 검은 형체에게로 돌린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흥분되는 이 기분. 예전 공포영화 “링”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봤을 때 보다 더 온 몸이 떨리는 스릴이 바로 이 자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흐르는 정적.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숨을 내쉬며 검은 형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검은색 중절모에 가려져 얼굴윤곽은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팔과 다리가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은 맞는 것 같다. 흰색과 검은색이 혼재된 스프라이트 슈트, 반들반들한 붉은색 구슬장식이 달린 긴 지팡이 위에 얹어진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왼손. 금방 닦은 듯 윤이 나는 검은색 가죽구두.


사람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인지하자 안심이 들었는지 이제는 그가 오른손으로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는 ‘어떤 물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나의 관심을 눈치 챘는지 미스터 마는 크게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손님께서 어떠한 용무로 이곳을 방문하였는지 이 미스터 마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손님은 특별히 제 개인사무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뜻밖의 대접에 당황하였지만 이내 그를 따라 복도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혼자보단 두 명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편해진다. 걸으면서 두려움에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복도주위를 살펴본다. 복도 벽에 걸어진 몇 점의 그림. 얼핏 보면 그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탄성을 지를 정도로 표현과 기교가 뛰어났다. 다만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섬뜩할 정도로 잔혹하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조금씩 빨라지는 걸음. 사무실에 도착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걸까. 그러나 나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복도 끝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과 바로 좌측에 있는 자물쇠로 채워진 낡은 나무문. 오른쪽에는 대각선으로 금이 간 전신 거울이 놓여 있을 뿐.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앞에 큰 문이 하나 보일 겁니다. 그곳이 바로 제 사무실이지요. 이미 문을 열어두었으니 들어가 자리에 앉아 기다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곧 뒤따라 올라오지요.”


미스터 마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한다. 기분 나쁜 노인네. 그의 무언가를 감추는 행동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간다.


※ 분노거래소 Step 3 : 분노를 중개인을 통해 매입자에게 판매하는 경우,
판매 된 금액의 절반은 중개인에게 지급됩니다.

대신 기타 발생되어지는 추가적인 비용은 없습니다.
단, 분노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중개인을 통해 판매하지 않을 시
이에 대한 불이익과 발생되어지는 피해는 모두 판매자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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