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모두의 접근권이 되기를 바라며"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2024년 12월 19일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국가에서 장애인 접근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인데요. 2018년, 지체장애인 김 모 씨와 유아차를 미는 부모 1명 등 총 3명의 원고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매점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책임”이라면서 차별구제청구를 제기한 일이 그것이죠. 6년 8개월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김 씨 등 2명에게 각 1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참고로 장애인 접근권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시설과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현재 장애인 접근권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예를 들면, 15평 이상 매장에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경우 순차적으로 2026년 1월까지 의무화됩니다.
이번 주제는 "모두의 접근권이 되기를 바라며"입니다.
국가는 장애인의 접근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입법적 행정적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했던 이동권이 포함된 물리적 접근권뿐만 아니라 시설접근권과 정보접근권 등도 들어갑니다. 이를 표로 정리해봤는데요.
이해되시나요? 보통 우리가 흔하게 이용하는 지역 내 편의시설 혹은 공공기관은 출입구가 1층에 많습니다. 그래도 접근이 어려운 곳도 있죠. 때로는 시설접근권과 물리적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물론 공간이 협소하여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거나 되지 않는 곳도 있긴 합니다.
선거 때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투표소만 보더라도요.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일부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여담이지만, 3년 전부터 선거 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투표하는데요. 투표소는 2층에 있었으나 공간이 협소하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못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사전 투표 기간 때 1층에 설치된 투표소에 방문하여 한 표를 행사하기도 하죠.
얼마 전 경험한 에피소드 하나 더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관공서 내 민원실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최근 과속으로 인한 범칙금이 나오는 일이 있어서 경찰서의 민원실에 방문했습니다. 민원실 앞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휠체어 이동은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으나 창구의 높이가 생각보다 높았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창구 부분에서 시설의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더 좋겠더라고요.
다음으로 민원실 방문 후에 대로변을 잠시 걸으면서 물리적 접근권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유심히 봤죠. 각 가게의 입구들과 보도를 보니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턱이 없는 매장과 경사로가 설치된 곳도 있어서 좋은 변화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가게 입구 구조상 간이 경사로의 각도가 큰 곳도 있더라고요.
(위에서 언급했지만)15평 이상 매장의 신규 키오스크는 최소 1대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해야 합니다. 오는 1월 28일부터는 상시 100인 미만의 사업주로 확대되며 이미 설치된 기기는 2026년 1월부터 의무화됩니다.
일부는 배리어프리의 키오스크 예외 조항·단계별 도입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단계적인 시행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는 임차인이면서도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편입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고 작년 연말에 이르러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줄어 울상이었다고 하죠. 또 영세자영업자는 자가로 상가를 소유한 것보다 세를 내고 들어온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시설을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건물주와 협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요. 가게를 폐업하면 원상회복 의무까지 해야 하니 원상복구를 위한 비용까지 더 많아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자체 지원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서 자영업자가 설치하고 싶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래 그래프처럼 <보건복지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 결과>를 살펴보면요.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화 대상인 건물은 불과 19만 991개였습니다. 전체 건물 수인 739만 1,084개의 2.6% 수준인 셈이죠.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겪었고, 교통사고로 인하여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당사자인 김순석 씨가 있었습니다.
타고난 손재주가 있어서 서울에 있는 금세공 공장에 일하다가 액세서리들을 만들어서 생계를 꾸려나갔죠. 하지만 휠체어가 지나가지 못하는 턱과 계단들을 보면서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액세서리 장사뿐만 아니라 외부 식사와 같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1984년 9월 그는 유서를 남기고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장애인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과 접근권 확대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8년 4월 11일, 비로소 장애인에 대한 편의를 담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장애인, 노인 등도 비장애인과 같이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자 하는 법이었지요.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제3조 관련)자료를 보면요. 1998년 첫 시행 당시 공중이용시설의 경우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상’에만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90평 이하의 공중이용시설은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고요.
그러다 2022년 5월 1일부터는 바닥면적 50㎡(약 15평) 이상인 소규모 생활시설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하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제3조 관련)일부개정령안>이 시행되었습니다.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일부터 신축·증축(별동 증축)·개축(전부 개축)·재축되는 곳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합니다.
아참, 최근에 나온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하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법률 제20594호(2024.12.20. 일부 개정, 2025.12.21. 시행)]를 보면요. 장애인용 쇼핑카트뿐만 아니라 전동보장구충전시설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나옵니다.
해당 법률을 개정한 이유는 전동휠체어 등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보장구의 이용이 늘어난 것도 있고요.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시설주가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보장구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편의 증진을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장애인 접근권" 관련 소송이 나온 배경은 UN 장애인 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다수의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규정이 개선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일상적으로 침해받는 상황을 지속해서 감내해 왔던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 단체가 지속해서 개정을 요구했던 것이죠.
TMI로, "장애인 접근권" 소송은 2018년 4월부터 6년 8개월 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지체장애인 김 모 씨, 유아차를 미는 부모 1명 외에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과 함께 총 3명의 원고가 편의점, 카페, 호텔 등을 운영하는 기업 및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여 승소했죠. 일대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및 장애인 접근권 소송 관련 기사를 종합한 자료로 편집)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의 장애인 접근권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접근권을 이제서야 인정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먼저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편의 제공만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로 갈 수 있도록요. 상품이나 문서 등과 같은 정보를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시청각 및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성 향상도 필요합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한 예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가격이 일반 키오스크의 3~5배나 되어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동시에 접근권이 좋아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복지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 중 하나로서, 장애인 접근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 외 우리 국민 모두가 시설 및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 편한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