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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Apr 11. 2018

#12_곱창과 친해지다

못 먹어본 음식은 있어도, 가리는 음식은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진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던 음식은 있다. 참 신기하게, 순대는 자주 먹었어도 곱창과는 친해질 일이 별로 없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딘가에 나가서 먹거나 곱창 푸드트럭이 동네에 오기를 기다려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현금을 잘 안 들고다녀서, 푸드트럭 음식도 먹을 일이 없기는 했지만.

곱창과 친해진 건 3년 전, 여자친구를 만나고부터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매일같이 가던 동네 곱창집이 있었다는 그녀. 자주 먹으러 가는 음식은 아니지만, 같이 먹을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꺼내드는 조커같은 녀석이다.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그의 식성과 취향이 함께 들어오곤 하는데 곱창은 참 신기한 인연이다. 느끼한 듯 하면서, 고소하고. 볶은 채소와 참 잘 어울린다. 소곱창을 먹으러 가면 항상 같이 나오는 생간과 천엽도 참 좋다. 가리는 음식이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오늘은 곱창볶음을 먹으러 왔다. 괜시리 추억에 잠기는 날이다.

적당히 먹고,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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