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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Apr 14. 2018

#13_비가 오다, 서울에.

여름이 벌써 왔나 싶다가도, 입김이 나는 날이 오곤 한다

한동안 날이 참 따뜻했는데, 밤새 비가 오더니 이리도 추울 수가 없다. 입김이 날 정도로. 어제보다 기온이 8℃나 낮은 날이라고 하니, 입김이 나는게 이상한 일도 아닌 듯 하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듯 기분도 이렇게 변덕을 부리는 때가 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가도, 다음 날이 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그런 기분. 어쩌면, 내 기분도 날씨처럼 내 손 밖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다고 한들, 그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 기쁘고 싶다 한들 기뻐지는 것이 아니고, 고민을 않는다 한들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우산이 필요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비는 부슬부슬 떨어졌다. 그러다 잠시 참 예쁜 금빛 햇살이 떨어지기도 했고.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작업중이었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리도 반가울 수 없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먹구름이 덮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반짝 하고 날이 개었던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으니까 말이다. 마치, 하늘이 더이상 비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요즘엔 우울한 기분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 일이 많아지기도 했고, 일에 대한 의지가 생겨서이기도 하다. 한동안 못 쓰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고, 책도 읽고 있다. 예전같이 늦잠을 자거나, 일어날 의지를 놓고 침대에 쓰러져버리거나 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참 좋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한없이 따뜻한 날이 계속되다가도,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 날이 오곤 하니까.


어쨌든, 돈 여유가 좀 많아져서 좋다. 우울한 기분을 돈으로 밀어버리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니까 말이다. 걷기 싫을 때 택시도 타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고, 필요한 걸 사기도 하고. 걱정해야 할 많은 것들 중에 일단 하나만 밀어둔 것인데도, 마음이 참 가볍다. 돈을 얼른 모아놓아야만 한다는 생각은 고이 접어둔지 오래다. 내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이리 모으나 저리 모으나 곧 흩어진단 걸 참 아프게 배운 후로는 말이다. 돈이든 사업이든 사랑이든. 무조건 내가 먼저다. 내가 무너지면, 어쨌든 다 무너지니까.


지금까진 아니었지만,

이제부턴 그럴 거다.


안 넘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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