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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May 29. 2016

돈 버는 여행

'여행은 소비'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보기

슈퍼 글로벌 셀피. 이런게 배낭여행의 묘미 아닐까


블로그 원문 읽기 http://www.dreamstorysnap.com/141


다들 여행에 가기 위해 열심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행은 준비하는 데에 노력과 용기가 많이 필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황금연휴를 이용하거나, 상사 눈치를 보며 주말을 끼고 연차와 휴무를 붙여 쓰거나, 때론 휴학이나 퇴사를 결심하기도 한다. 시간뿐만 아니라 돈도 해결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잠도 자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밤바람을 맞으며 맥주도 한 캔 들이키고, 기념품도 사야 하니까. 아, 참. 집주인은 2주짜리 여행을 떠난다고 월세를 깎아주지도 않는다. 당신 집이라구? 그렇담 조금은 다행이긴 하지만, 관리비를 잊지 마시라. 참 돈 많이 들고, 시간 많이 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게 여행 준비다. 하.. 놀러 가는 거, 쉽지 않다.


사실 그렇다. 놀러 갈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놀러 갈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사실 돈과 시간 중에 하나만 마련할 수 있다면 무조건 시간을 마련하는 게 먼저이긴 하지만, 돈 한 푼 없이 떠날 수도 없다. 다만, 절충안은 있다. 필요한 것을 현지에서 충당하는, 자급 여행이랄까. 여행은 그 자체로 삶이고, 경험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방법의 종류는 거의 무한대에 수렴한다. 아니 사실 여행이란 건 우리가 정의하기 나름이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걸 여행이라 부를 수도 있고, 조금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를 막는 건(여행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도전이든) 현실의 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울타리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게 중요하고, 가끔은 속해있는 패러다임을 뛰어넘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돈을 만들고, 시간을 만들어서 어딘가로 떠나는 것. 그곳에서 멋진 것을 보고 유명한 맛집에서 밥을 먹고, 그곳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아마 이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일상과 여행을 분리해서 생각하며, 여행을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본다. 우리네 여행은 철저하게 '소비'의 틀에 갇혀 있으며, 일상은 '저축과 준비'라는 틀에 갇혀 있다. 그 틀에 맞추려니 돈도 많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이래저래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여행을 떠남에 있어 많은 돈이나 거창한 준비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조금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요소들이다. 여행은 용기의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제한사항들은 우리를 묶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그 결핍과 제한사항을 어떻게 뛰어넘어야 할지 몰라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서는 것일 뿐.


현실의 벽을 엽서로 뛰어넘다.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준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당신은 분명 잘 하는 게 있다. 방금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 그거 말이다. 떠났다 돌아올 수만 있게 최소한만 준비해서, 현지에서 비비덕대보는 거다. 필자는 엽서를 팔고, 호스텔의 객실 사진을 새로 찍어줬다. 원래 직업이 사진작가이기도 했고, 편집/인쇄 디자인계열 회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서였다. 내가 가진 것들을 잘 엮어 보니, 방법이 생겼다. 그렇게 108일 동안 4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아직 프로젝트의 성공까지는 40여 개 나라가 남았지만, 최소한 이 방법이 먹혀든다는 건 증명되었다. 그렇게 대만행 편도 티켓과 용돈 20만 원을 가지고 시작한 나의 여행은, 돌아온 후의 내 삶에도 새 길을 열어주었다.


몇 번인가의 초청 강연과 사진작가로서의 커리어. 그리고 굶어 죽을 뻔 한 경험들에서 얻은 자신감과 패기.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무너졌던 자존감의 회복.


패러다임을 바꿔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보는 건 정말 어렵다. 용기도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세상이 유일한 방법이라 가르쳐 준 것에 대해, 다른 방법도 있다며 소리치며 대들어야 하기에 그렇다. 필자도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우여곡절과 아픔을 견뎌내야 했었다. 오죽 절박했으면 20만 원을 들고 해외로 뜰 생각을 했는지, 분명 내가 뚫어낸 길이고, 내가 선택했던 길인데도, 가끔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겼던 건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행을 달리 보기 시작한 그 사건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는 것.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 덕분에 행복을 찾았다는 것이다.


떠나보자. 조금 다른 방법으로.

눈 딱 감고. 미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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