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꾸준하게. 가볍게 쓰는 여행자의 여행 이야기
엽서를 팔면서 여지를 벌어 지속하는 배낭여행
딱히 내세울 만한 어떤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답답함과 괴로움이 절박함을 만들어냈기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다 문득 여행을 떠나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였죠. 물론 여행길도 고난의 연속이긴 했지만, 돌아보면 참 재미있었단 생각이 들어요. 해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구요.
덕분에 지금은 학비가 없어서 고등학교는 조기졸업한 데다 대학도 아직 못 간 꼬맹이가 작은 단체나 회사는 물론이고 대학교 초청 강연 자리에 연사로 서는데까지 올라왔네요. 출세한 거죠 어떻게 보면.
물론 더 멋진 여행자님이 한가득 모여있는 이 여미 커뮤니티에선 유명하거나 튀는 존재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만들어낸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작년 이맘때쯤엔 천 원짜리 볶음밥 하나를 사 먹을까 말까 열 번은 고민했는데, 지금은 텀블러에 원두커피도 내려 마시며 글을 쓰고 있네요:D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긴 하지만요.
그때나 지금이나, 통장 잔고는 비슷하지만 천 원짜리 한 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틀을 고민해 봤고, 어떻게 하면 밥 정도는 먹고살만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도 고민해 봤고, 또 어떻게 하면 나와 비슷하게 돈 때문에 학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해 봤다는 사실은 제 삶에 있어 꽤나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책상 앞에 앉아 책과 노트 속에 있는 지식을 공부하는 것도 참 멋지지만, 삶으로 배운 것들만큼 잘 기억나는 것도 없거든요.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체득. 어쩌면, 대학을 조금 미루기는 했지만 학교에서보다 여행을 다녔던 그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행이란 게 참 그런 거 같아요. 다들 현실의 제약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고 자신을 심리적으로 묶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한 번 그 심리적 울타리를 넘어 보면, 지금껏 그렇게 좁은 곳에서 조그만 고민들에 얽매여 살았던 건지 그제야 보이더라고요.
보통은 줄거리도 있고, 결론도 확실한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오늘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이렇게 공유하려 해요. 얼마 전에 블링블링한 새 키보드를 들인 기념이기도 하고, 이렇게 가벼운 글을 자주 쓰고 하다 보면 조금은 지지부진한 45개국 엽서여행 에세이를 완성해 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요.
대만, 홍콩, 태국 라오스에서. 저는 저렇게 엽서를 팔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고민과 또 나름의 아픔을 견뎌내며. 그렇게 재밌게 놀다 왔답니다. 앞으로 이어질 엽서여행 2차 투어는 조금 덜 무모하게 떠날 생각이지만, 20만 원과 편도 티켓만을 들고 떠났던 그때의 그 패기가 어디 안 갔으면 좋겠단 생각도 드네요.
이 재밌는 이야기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라이크 2개에 무플행진이 이어지더라도,
계속됩니다:D
이제는 스물한 살 꼬맹이가 쓰는,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