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ny Kim Sep 10. 2016

여행, 그리고 잡담

소소하게, 꾸준하게. 가볍게 쓰는 여행자의 여행 이야기


엽서를 팔면서 여지를 벌어 지속하는 배낭여행

딱히 내세울 만한 어떤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답답함과 괴로움이 절박함을 만들어냈기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다 문득 여행을 떠나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였죠. 물론 여행길도 고난의 연속이긴 했지만, 돌아보면 참 재미있었단 생각이 들어요. 해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구요.


덕분에 지금은 학비가 없어서 고등학교는 조기졸업한 데다 대학도 아직 못 간 꼬맹이가 작은 단체나 회사는 물론이고 대학교 초청 강연 자리에 연사로 서는데까지 올라왔네요. 출세한 거죠 어떻게 보면.


물론 더 멋진 여행자님이 한가득 모여있는 이 여미 커뮤니티에선 유명하거나 튀는 존재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만들어낸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작년 이맘때쯤엔 천 원짜리 볶음밥 하나를 사 먹을까 말까 열 번은 고민했는데, 지금은 텀블러에 원두커피도 내려 마시며 글을 쓰고 있네요:D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긴 하지만요.


그때나 지금이나, 통장 잔고는 비슷하지만 천 원짜리 한 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틀을 고민해 봤고, 어떻게 하면 밥 정도는 먹고살만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도 고민해 봤고, 또 어떻게 하면 나와 비슷하게 돈 때문에 학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해 봤다는 사실은 제 삶에 있어 꽤나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책상 앞에 앉아 책과 노트 속에 있는 지식을 공부하는 것도 참 멋지지만, 삶으로 배운 것들만큼 잘 기억나는 것도 없거든요.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체득. 어쩌면, 대학을 조금 미루기는 했지만 학교에서보다 여행을 다녔던 그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행이란 게 참 그런 거 같아요. 다들 현실의 제약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고 자신을 심리적으로 묶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한 번 그 심리적 울타리를 넘어 보면, 지금껏 그렇게 좁은 곳에서 조그만 고민들에 얽매여 살았던 건지 그제야 보이더라고요.

보통은 줄거리도 있고, 결론도 확실한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오늘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이렇게 공유하려 해요. 얼마 전에 블링블링한 새 키보드를 들인 기념이기도 하고, 이렇게 가벼운 글을 자주 쓰고 하다 보면 조금은 지지부진한 45개국 엽서여행 에세이를 완성해 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요.


대만, 홍콩, 태국 라오스에서. 저는 저렇게 엽서를 팔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고민과 또 나름의 아픔을 견뎌내며. 그렇게 재밌게 놀다 왔답니다. 앞으로 이어질 엽서여행 2차 투어는 조금 덜 무모하게 떠날 생각이지만, 20만 원과 편도 티켓만을 들고 떠났던 그때의 그 패기가 어디 안 갔으면 좋겠단 생각도 드네요.


이 재밌는 이야기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라이크 2개에 무플행진이 이어지더라도,
계속됩니다:D



이제는 스물한 살 꼬맹이가 쓰는,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