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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지천 May 25. 2024

기획 vs 퇴고

- 기획이 먼저이다

누군가 글을 쓸 때, 기획이 먼저인지 아니면 퇴고가 먼저인지 묻는다면 하고 싶은 걸 먼저 하라고 얘기해주곤 했다. 이게 말하기도 편하고, 듣기도 편한 대답이라는 생각도 한 몫했다. 다른 한 편으로, 성인으로서 자기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지를 스스로 정하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프로젝트관리에서 회자되는 명언


그런데, 아직 어린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면 십중팔구 목표를 가져라고 했을 것이다. 무엇을 하겠다, 또는 되겠다는 마음속 다짐이 없다면 힘들 때 쉽게 포기할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글쓰기도 알고 보면 인생의 축소판이니, 기획부터 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Do right things vs Do things right



프로젝트관리에서 나름 유명한 말이다. 올바른 것을 해야지, 엉뚱한 것을 계획이랍시고 승인하고 나서 잘못된 계획을 올바르게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방향성이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글로 보면 쉬운데, 현실에서는 어이없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군중심리가 한 번 작용하면, 잘못된 길도 되돌리지 못하고 계속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인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순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도,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방향을 바꾸려고 하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계속 진행한다. 필요하면 유턴도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 마디로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할 수 있겠다. 배를 산으로 보내려고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투입된다.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든 배를 산 정상에 올려놓고 나니, 그제야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배가 바다로 가야지, 왜 여기 있지?"

"너무 멀리 와 버렸네"


그리고, 군중 속에서 비난할 사람을 찾는다. 만약에, 혼자서 한 일이라면 과거의 나에게 따진다. 

"왜 아무도 얘기를 안 한 거야?"

"넌, 왜 그때 그런 바보스러운 결정을 했니?"


실패와 비난이 난무하는 공동체가 잘 돌아갈 리가 없지 않은가?

실패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즐거울 리 없지 않은가?


 


왜 기획인가?


글쓰기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더라도, 기획을 해서 접근해야 중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기획에도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하기는 어렵다. 마치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듯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처음이라서 낯설고 불편하지만, 한 번 내 몸에 장착하면 그냥 꺼내서 써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로그 글쓰기

SNS에 글쓰기

유튜브 원고 쓰기


심지어 즉석 말하기에도 기획이 들어가면, 눈에 띄는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목적이 무엇인지

시작은 어떻게 할지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상은 누구인지

비유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이걸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어려워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 시기를 지나면, 중간 과정이 살짝 꼬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다. 여기에 유머까지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한 마디로 말과 글에 힘을 싣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디서 힘을 빼고, 엄청난 힘이 들어가야 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구분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이것을 느낀다. 그래서 강의나 연설을 잘하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잘해야 한다.


역으로, 이런 과정 없이 주제만 생각하고 글을 쓰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대략 난감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운 좋게 임기응변으로 넘길 수는 있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매번 행운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퇴고도 당연히 해야지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할 때도, 일단 작성하고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어보면 수정할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처음부터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래서 퇴고도 쉬운 글에서부터 연습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휴대폰으로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내용도 퇴고를 할 수 있다. 특히, 그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동사를 활용하고, 가장 적절한 명사를 대입해서 문장의 가독성을 높이는 훈련부터 시작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친구 둘 사이에 대화가 이어진다.

"있어, 말어?"

(친구가 서로 같이 있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위 상황이, 단체 카톡방 입장을 이야기한다면 이렇게 전할 수 있다.

"입장해, 말어?"


아니면,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갈까? 말까?"


그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확실한 동사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고민이 필요없어질 때까지 훈련이 필요하다. 주변에 말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가 사용하다는 단어 선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군가 물건을 가져왔는데,

"거기 두세요"


라고 말하기보다는,

"테이블 위에 두세요"

"바닥에 두셔도 돼요"


명사를 사용할지, 대명사를 사용할지를 그 상황에 맞추어서 판단해야 한다. 상대가 나에게 한 번 더 질문을 한다면, 고민을 해 봐야한다. 추가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꼭 문장을 완성하고 말을 길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습관이다


우리 언어로 쓰고 말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 내 몸에 축적된 것이다. 방향성은 물론이거니와 속도도 관여한다는 것이다. 말이 느리거나, 생각에 잠겨 있다면 주변에서 힘들어한다. 아무리 방향성이 좋아도, 그 의도가 퇴색한다. 


그래서 궁극적인 소통은 상대방을 두고 해야 한다. 현장에서 검증된 가독성이 높은 글쓰기, 그리고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말하기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촉진시킨다. 


국민 대다수가 말과 글을 제대로 활용하는 수준의 문해력, 나아가 디지털 문해력을 유지한다면 소통 단절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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